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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알력 다툼으로 신종 코로나 정부 자문단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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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알력 다툼으로 신종 코로나 정부 자문단 해체됐다”

입력
2020.03.05 17:27
수정
2020.03.05 18: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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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학계 코로나 대책위’ 해체 놓고 의료계 ‘자중지란’

의협 “의료계 통일된 목소리 필요해 대책위 해체 권고”

의료계 일각 “의협 코로나 희생양 만드는 것 같다” 우려

지난달 24일 대한의사협회 긴급기자회견 모습. 대한의사협회 제공
지난달 24일 대한의사협회 긴급기자회견 모습. 대한의사협회 제공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자문을 해오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대책위)가 3일 갑작스럽게 해체된 배경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내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의료계가 알력싸움을 벌여 정부 자문단이 와해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책위는 대한감염학회 등 국내 11개 감염ㆍ역학 관련 학회 회원 70여 명이 참여해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정부 대책 자문과 함께 범국민 예방수칙 등을 발표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한 참모역할을 수행해온 전문가 집단이다.

의료계는 “대책위 해체는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은다. 5일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책위 해체는)주도권 싸움으로 벌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라며 “쉽게 말하면 큰집 사람들(대한의사협회ㆍ대한의학회)이 자기들에게 허락 받지 않고 판(대책위)을 벌인 데 대해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지역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선 중국 전역을 입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대책위가 동의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책위에 참여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입국 제한과 관련된 갈등이 대책위 해체에 결정적 원인”이라며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의협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문가의 의견이 비선자문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비하됐다”며 “죄송하지만 비선자문(대책위)은 이제 물러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의협 측은 의료계 창구를 자신들로 단일화 해 정부와 국민에게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다른 목소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과 산하단체인 전문 학회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범대위 역할은 의협의 ‘코로나19 대책본부’가 담당할 것”이라며 “대책본부에는 대한의학회, 의학한림원,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장단 등 의료계 대표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모든 의료계 입장과 대책을 의협에서 총괄 지휘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협이 아닌 대책위를 파트너로 택하자 위기감을 느낀 의협이 대책위 해체 카드를 꺼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협 말대로 큰 틀에서 의료계 목소리를 담기 위해 대책위를 해체했다면 대책위 전문가들이 대책본부에 참여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라며 “의협이 정치적 의도로 대책위를 해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책위에 참여했던 감염내과 교수들도 “의협에서 알아서 한다고 하니 잘하지 않겠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책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의협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의협이 대책위 인사들에게 신종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감지해서다. 최대집 회장은 “(대책위에 참여한 교수) 가운데 소수의 몇 분은 방송에 출연해 ‘중국 입국제한을 할 필요가 없다’ ‘무증상 감염은 없다’ ‘신종 코로나는 독감 수준 감염병’이라는 등 신중하지 못한 주장을 펼쳐 혼란을 일으켰다”며 “학문적 견해이긴 하지만 의협 내부에서는 이들 인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의협은 대책위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와의 사적 인연으로 형성된 이른바 ‘비선 전문가 자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 해체와 관련해 의협이 보인 행보는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의료계가 합심해 대안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에 의료계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의협이 내부총질을 해서 되겠냐”고 반문하면서 “전문가라면 당연히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의협이 ‘희생양’을 찾고 있다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이 외부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니 결국 내부에 총질을 가하게 만든 복지부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의협은 내부인사를 공격하고, 복지부는 의협을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신종 코로나와 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전문가들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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