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는 번호판을 뗀 렌터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제주 방문 관광객들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렌터카 가동률도 10%대로 뚝 떨어지자 업체가 차량 유지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아예 차량 대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차량 운행을 멈췄다고 보험사에 신고하면 보험료가 감면돼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렌터카 차량 번호판을 뜯어내는 업체는 이 곳 말고도 7개 업체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지역 기업 10곳 중 7곳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제주상공회의소가 도내 1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2020년 제주지역 상공인 경제현안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74.8%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업종별 피해 현황을 보면 관광서비스(92.9%), 농수축산업(90%), 유통ㆍ운수업(90%), 제조업(79%), 건설업(50%) 등의 순으로 피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피해 요인으로는 ‘내수 위축’(36.6%)을 1순위로 꼽았고, ‘국내ㆍ외 관광객 감소’(27.4%)와 ‘대규모 행사 취소’(16%),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11.4%), ‘투자 위축’(5.1%)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도내 최대 경제 현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31.1%)를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부동산 등 건설경기 침체’(24.4%), ‘제2공항 건설’(22.8%), ‘기업 및 가계부채 증가’(14.4%), ‘농가소득 감소’(5.6%) 등 순이다.
신종 코로나 피해 극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부 및 지자체 지원정책으로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31.3%)을 가장 선호했다. 이어 ‘과도한 불안심리 차단 및 소비 활성화 캠페인’(19.4%), ‘고용 안전을 위한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18.9%), ‘세부담 완화 및 징수 유예기간 확대’(18.1%) 등 순으로 파악됐다.
도내 기업들의 느끼는 체감경기도 사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도내 2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41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월 단위 조사가 시작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관광업과 도소매업은 물론 제조업까지 지역경제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도내 기업의 업황 BSI는 전국 평균(65)에 비해서도 크게 밑도는 등 체감경기 악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BSI가 기준치 100 이상이면 긍정적 인식이 많음을, 100 이하이면 부정적 인식이 많음을 뜻한다.
도내 기업의 체감경기는 이달 들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업황 전망 BSI는 2월보다 더 떨어진 39로 조사됐다.
제주상의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제주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으로 조사된 만큼 정부 및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와 함께 용역 조기 발주 등 경기 부양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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