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와 달리 연구 부족, 인체 안전성 검증에 상당 시간 필요 
 “코로나 계기 상업성은 재평가” 일부 기업은 신기술 적용 시도도 
경북 안동시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백신 제조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마치 금방이라도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처럼 포장된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곧 만들어낼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장밋빛 전망”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설사 백신이나 치료제가 수개월 안에 나온다 해도 안전성을 보장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많은 기업이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확하게 코로나19를 겨냥한 맞춤형 백신이나 치료제 출시를 장담하는 기업 찾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예전부터 개발해 왔던 다른 질병용 약을 코로나19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거나 기존 백신 기술을 활용해보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코로나19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한 치료제들도 모두 다른 목적으로 개발 중이던 성분이다.

우선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약 개발을 선뜻 장담하지 못하는 건 안전성 때문이다. 특히 백신은 영·유아부터 고령자까지 모두 맞는 만큼 안전성 확보가 필수다. 신약의 안전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상시험이다. 많은 동물과 사람에게 투여해본 데이터가 쌓여야 보편적인 접종이 가능한데, 이 과정을 수개월 내로 단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재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국내 제약사가 발 빠르게 백신을 생산한 경험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백신도 맘만 먹으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오랫동안 효능과 안전성이 증명돼온 생산 공정이 있지만, 코로나 백신은 연구 경험이 부족한 데다 안정적이라고 입증된 제조 기술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 제약사들의 설비도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기존 백신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해법 찾기에 적합할 지는 미지수다.

경제적인 부문 또한 고려해야 될 대목이다. 사실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상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류도 많고 유전자 변이도 잦아, 해마다 다른 것들이 유행하기 때문에 매년 예방접종은 필수로 여겨져 왔다. 제약사 입장에선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셈이다.

이에 반해 코로나바이러스 경우엔 상대적으로 변이가 적은 데다, 감염돼도 대부분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기업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약의 가치를 재평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의 위력을 실감한 만큼, 백신 수요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노피에선 최신 백신 제조 기술을 코로나19에 적용하기로 했다. 김희수 사노피 파스퇴르 의학부 전무는 “곤충 세포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 고유의 단백질을 생산한 다음 이를 백신으로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범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빠르게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미래 감염병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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