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방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인프라 확충에 5조달러(약 5,900조원) 규모의 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정부 예산을 직접 쏟아붇겠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염병으로 억눌린 소비 수요를 자극하고 생산을 재개해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5일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경제가 이른 시일 내에 정상궤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감염 우려 때문에 아직 멈춰 선 공장이 많고 소비도 극도로 위축돼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는 근래 최저 수준으로 동반 추락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영국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중국의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6.5로 전월(51.8)보다 25.3포인트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5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중국의 2월 제조업 PMI가 2004년 이래 최저인 37.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PMI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작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형 인프라 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달 27일부터 허난성 정저우와 산둥성 진안을 잇는 고속철 건설을 시작했고, 국영기업인 장강삼협집단공사는 580억위안(약 9조8,600억원)이 소요될 25개 신에너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허베이성과 푸젠성 등 9개 지방정부 계획까지 포함하면 투자 규모가 총 5조달러에 달한다. 경제학자 송칭후이는 “대규모 투자는 파급 효과가 커서 전염병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전염병 대책을 넘어 ‘6% 경제성장’을 지켜내는 지렛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소속 첸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4% 증가한 고정자산 투자를 올해 6.5~7%로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을 2%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6.1% 성장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올해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낮추는 등 6% 사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경제 파급 효과를 감안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추진하지만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일부 국유기업 및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가 논란이 돼 왔고, 지난해만 해도 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6.1%포인트 오른 245.4%나 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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