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돈 벌기보단 고객 위해야”
대구시에 마크스 10만장 기부 예정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는데 다른 회사들이 가격 올린다고 우리까지 올려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잖아요.”
마스크 판매업체 ‘크레타’는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회사’로 통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 와중에 ‘금스크’로 통하는 마스크를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장당 950원으로 책정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 정부의 공적 마스크(1,500원 안팎)보다 더 싸게 판매한다. 크레타의 인경식(43) 부사장은 5일 전화 통화에서 “몇 년 동안 마스크를 팔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철 빼곤 요즘처럼 급등한 적이 없다”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것은 기업인의 정도가 아니다”고 했다.
크레타는 지난달 중순 마스크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마스크 가격이 치솟던 시기였다. 인 부사장은 “장당 2,000원까지 배 이상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객을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스크를 정가대로 판다는 소문이 퍼지자 크레타의 온라인 판매사이트인 ‘블랑풀’은 한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되팔아 시세를 남기려는 중국인과 유통업체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인 부사장은 “마스크가 일반 개인 수요자에게 우선 공급돼야 한다고 판단해 대량 주문한 이들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될 위기에도 처했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3번, 만장씩 수량과 판매횟수를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물량을 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 부사장은 “물건을 건네던 제조업체들이 필터와 같은 원자재 부족으로 더 이상은 물건 대기가 어렵다고 얘기한다”며 “일부 유통업체가 필터와 부직포를 싹쓸이한 뒤 제조사에 필터 제공을 조건으로 마스크를 입도선매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여의치 않긴 하지만 착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구매라인을 국내에서 외국으로 바꾸면 가능하다는 게 크레타의 판단이다. 인 부사장은 “베트남 수입제품의 경우 보건용인 ‘KF’ 필터보다 성능이 낮은 필터를 넣긴 했지만 코로나 감염 매개인 비말은 걸러낼 수 있다”면서 “베트남산 마스크를 들여오면 40장을 9,900원에 팔 계획”이라고 했다.
인 부사장은 최근 마스크 시장에 개입한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당장 원자재 부족으로 마스크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한데,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가격 폭리를 취한 일부 업체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스크 원자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마스크 대란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타는 사회공헌 활동도 빼놓지 않고 있다.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와 복지회관 등에 마스크를 기부해 온 크레타는 이번엔 대구에 마스크 10만장을 기부할 계획이다. 인 부사장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건 기업의 의무”라며 “대구·경북 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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