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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린 하루 24시간으로도 모자라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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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린 하루 24시간으로도 모자라게 됐을까

입력
2020.03.05 2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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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통행금지 시행 마지막 날인 1982년 1월 4일 서울 시내 거리 풍경. 통금시대 36년 3개월 26일을 끝내는 밤의 길거리엔 의외로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간 통행금지 시행 마지막 날인 1982년 1월 4일 서울 시내 거리 풍경. 통금시대 36년 3개월 26일을 끝내는 밤의 길거리엔 의외로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에서 24시간 시대가 열린 건 1982년 1월 5일부터다. 그 전만 해도 야간 통행금지 때문에 자정부터 새벽4시까지의 시간은 정부 통제 아래 있었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을 탄압하면서도 개방정책과 자율화ㆍ자유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박정희 정권과 단절을 시도한 것.

야간 통행금지 해제는 국민 기본권을 위한 조치인 것처럼 포장됐지만 실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도 통금해제로 늘어난 건 휴식 시간이 아니라 학습과 노동 시간이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

김학선 지음

창비 발행ㆍ316쪽ㆍ1만8,000원

민주화 운동이나 3S정책(스포츠, 섹스, 스크린의 앞 글자를 딴 전두환 정권의 우민화 정책), 경제발전 등이 주를 이루던 기존 1980년대 담론과 달리 이 책은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분석한다. 야간 통행금지 해제, 현재와 비슷한 방송 편성체제 확립, 국민생활시간조사, 애국가 상영ㆍ국기하강식 등 국민의례 강화, 서머타임제, 법정공휴일ㆍ국가기념일 확대 등의 이야기다. 군사주의와 국가주의를 내건 정부가 국민의 일상시간을 국가 자원으로써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했는지, 강제된 ‘자율’을 둘러싼 사회적 반발은 어떠했는지 살핀다.

저자는 오늘날 광범위하게 퍼진 시간 부족, 시간 압박의 심리가 어떻게 구성돼왔는지 추적해가며 현재 한국인이 느끼는 ‘시간성’의 뿌리가 1980년대에 있다고 지목한다.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시간관념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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