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27)] 뉴칼레도니아 자유여행 2편
본토에서 약 1만6,559km 떨어진 프랑스 땅에 왔다. 태평양에 구름처럼 떠 있는 뉴칼레도니아다. 문명의 이기와도 다소 먼 이 섬을 유쾌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편함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구석구석 누빌 수 있을까?
통틀어 ‘뉴칼레도니아’라 부르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좀 골치 아프다. 뉴칼레도니아는 섬의 집합체다. 수도인 누메아가 위치한 라그랑드테르(La Grande Terre)는 본섬이라 할 수 있다. 이 섬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으로 작은 섬들이 점처럼 흩뿌려져 있다. 보통 여행자의 행선지는 본섬과 남쪽의 일데팡(L'Île-des-Pins), 그리고 우베아(Ouvéa)ㆍ리푸(Lifou)ㆍ마레(Maré) 등을 포함한 동쪽의 로열티 아일랜드(Loyalty Islands)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은 두 가지, 보트 혹은 비행기다. 되도록 보트보다 비행기를 권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본섬과 로열티 아일랜드를 잇는 베티코(Betico2) 보트는 현재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배가 신비로운 환초(고리 모양의 산호초)를 망가뜨린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게다가 요일 별 제약도 심하고 느릿느릿 거북이다. 비행기는 뜨는 순간 내릴 준비를 해야 할 만큼 1시간 이내로 섬을 연결하고 가격이 보트보다 저렴할 때도 있다. 상공에서 바라본 뉴칼레도니아 풍경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자 보너스다.
뉴칼레도니아에서 대중교통은 없는 셈 치는 게 속 편하다. 본섬의 누메아에만 머문다면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돈 650프랑(약 7,000원)이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홉온앤오프’ 1일 투어버스가 주요 관광지를 누빈다. 누메아를 벗어나도 큰 도시 사이를 가뭄에 콩 나듯 연결하는 노선 버스가 있긴 하다. 그런데 이후 도시 자체를 둘러볼 방도가 없다. 본섬은 길고 얇다. 길이 350km, 너비 50~70km로 살짝 누운 형태다. 히치하이크를 할 오기와 인내가 없다면 렌터카만이 답이다. 대여료 역시 이곳의 터무니없는 고물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렌터카 가격 비교 사이트(happycar.com)를 통해 하루 31유로(약 4만원)에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과 거리 제한 규정을 살피고 예약할 것. 다른 섬으로 렌터카를 끌고 갈 순 없다.
일데팡과 로열티 아일랜드는 대중교통이 아예 없다. 본섬보다 작지만 도보 여행은 불가능하다. 피부에 불을 지피는 햇살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은 숙소에서 운영하는 자가 밴 혹은 택시 무늬가 없는 택시가 이동수단이다. 렌터카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스쿠터가 좋은 대안이다.
이곳에선 대부분의 숙소가 인포메이션 센터이자 택시 및 투어 중개상이다. 숙소 내 광고 전단지와 친해질 것. 스쿠터 대여는 보통 선착순 마감제다. 원하는 날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다. 밥 말리가 환생한 듯한 청년이 숙소까지 스쿠터를 배달해 줄 것이다. 대여료는 섬에 따라 하루 4,000~6,000프랑(약 4만3,000원~6만5,000원)이다.
◇영어로 소통할 수 있을까?
누메아의 한 항구 앞, 사람들로 붐비는 레스토랑에 갔다. 프랑스인 탕탕이 메뉴를 분석해 잘 주문했다. 음식이 좀 싱거웠다. 자진해서 바에 갔다. 영어로 소금과 후추를 달라고 요청했다. “Salt and pepper please.”
그 후 대화는 끊겼다. 내 발음이 후진가 싶어 또박또박 말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직원은 소금과 후추라는 단어를 애써 ‘알아 듣지 못하는 중’이었다. 어쩌다 겪는 일일 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최악의 상황이 왔다.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그게 비밀이라도 되는 듯 입 밖으로 내지 않는 프랑스인의 고약한 습관을 자주 목격한 까닭이다. 여기 관광지 아닌가?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외지인이 저리도 많은데(현지인은 그냥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는다)? 의문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서 뉴칼레도니아 여행자의 국적을 살펴봤다. 2016년 (본국에서 온) 프랑스인은 총 3만6,725명, 전체 입국자 11만5,676명 중 약 31%다. 도리어 영어를 쓰는 호주인과 프랑스어를 못하는 일본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현실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중저가 숙소의 주인은 대부분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답답함이 누적됐다.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국, 프랑스인 탕탕이 줄곧 나의 심부름꾼이자 통역사로 활약했다. 누메아에선 영어와 일어가 일부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어가 공용어다. 전체 28만5,000여명의 뉴칼레도니아 인구에서 40%를 차지하는 카낙(kanak)인은 자체 언어를 쓰기도 한다. 자, 구글 번역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다.
◇현지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앙스바타 해변에 방갈로로 된 관광안내센터가 있었다. 뭐라도 건질까 싶어 갔다. 지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소형 안내책자가 있긴 하다. 직원도 한 명 있다. 와이파이도 된다. 우리가 가진 정보가 워낙 빈약해 미적거리고 있는데,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질문하는 여행자가 줄지어 들어왔다. 안내원이 손님을 서둘러 내보냈다. 점심시간이었다.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임을 적극 실천하는 언니였다.
이 정도는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조차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각종 투어를 소개하는 브로슈어가 그나마 나은 편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겉핥기식이다. 아름답다는 말만 잔뜩 쓰여 있을 뿐, 실제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 어떤 방법으로 가면 좋을 지에 대한 정보에 인색했다. 공항 안내센터 직원도 자주 자리를 비웠다. 앞서 말한 앙스바타 해변의 안내센터는 보트 가격이나 시간표 같은 실질적 질문에 딱 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 같은 자유 여행자에겐 독이었다.
그나마 한 줄기 빛이 있다면 크루즈 터미널(Quai Ferry)의 인포메이션 센터다. 안내원 자신이 잘 모르면 어떻게든 수소문해 알려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미리 와이파이가 빵빵 잘 터지는 곳에서 뉴칼레도니아 관광 공식 홈페이지(newcaledonia.travel)를 통해 개괄적인 정보를 습득한 뒤, 자신의 여정에 대해 조언받는 게 최선이다. 여권에 기념으로 찍을 스탬프 서비스는 덤이다. 쾅, 쾅!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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