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서 술을 마시다 여성 종업원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상황이 비슷했지만, 이번에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추성엽 판사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오후 10시쯤 서울 중구의 한 치킨집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서 일을 보던 여성 종업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진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약식기소 돼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추 판사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폐쇄회로(CC)TV 영상 내용을 내세웠다. 추 판사는 “검찰은 영상 속 A씨의 시선 방향과 그 이후 팔을 뻗는 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공소를 제기했지만, CCTV상으로는 A씨의 손이 실제 피해자 신체에 닿았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CTV 확인 결과 A씨와 일행이 서로 대화하며 손을 뻗는 장면이 자주 보였고, 이 때문에 단순히 손을 뻗은 것만으로는 종업원을 추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추 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거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신체를 만졌다’는 피해자의 진술뿐인데, 이것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CCTV 영상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30대 남성이 한 곰탕집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CCTV 영상에 추행의 장면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 유ㆍ무죄 공방이 치열했으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CCTV 영상 속 남성의 행동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어 “두 사람 간에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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