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시드니와 2-2 무승부…수원은 동남아 팀에 무릎
지난 시즌 K리그 우승팀 전북과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이 아시아 무대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오세아니아(호주), 수원은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원정에서 세게 얻어맞으면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팀들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두 팀은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워져 가는 모습이다.
이번 시즌 ‘ACL 정상’이란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마친 전북은 4일 호주 시드니 주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CL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시드니FC와 2-2로 비기며 첫 승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답답한 전반을 보낸 전북은 후반 4분 루크 브라탄의 자책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11분 트렌트 부하지어, 후반 22분 애덤 르폰드레에 내리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두 번째 페널티 킥 실점 상황에 앞서선 주장 최보경이 퇴장까지 떠안아 수적 열세에 처했다. 패색 짙던 전북은 후반44분 터진 한교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간신히 승점 1을 추가했지만, 상처가 큰 대결이었다.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아시아 무대에 돌아온 수원은 전날 더 큰 타격을 얻었다. 말레이시아 프로축구팀 조호르 다룰 탁짐에 일격을 당하면서다. 수원은 3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이스칸다르 푸테리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ACL G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조호르에 1-2로 패해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국제무대에서 동남아 팀에 진 첫 사례였던 만큼, 이날 패배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가 뛴 비셀 고베(일본)와 1차전 패배 때와 충격 강도가 달랐다.
동남아 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동남아 클럽이라고 한 수 아래로만 볼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전했다.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4일 본보와 통화에서 “클럽마다 편차는 크지만 조호르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일부 클럽과 인도네시아 클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당한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중국 축구의 성장세에 가려졌을 뿐이지 동남아 클럽의 경쟁력도 (2000년대 이전에 비해)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은 상태에서 뉴미디어 시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중계권료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축구시장 자체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커지니 동남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기업(한국 포함) 스폰서들이 늘고, 자연히 좋은 자국 선수들을 해외에 빼앗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ACL 초반 경기를 통해 K리그는 뼈저린 ‘현실 자각 타임’을 맞은 셈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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