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편지 공개... “집권세력 무능ㆍ독선 탓에 희망 안 보여”
코로나 피해 TK 거론, 보수 단합 촉구… “오만한 오판” 지적
박근혜 전 대통령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탄핵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는 4일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태극기집회 세력 등 보수가 단합해야 한다’는 옥중 메시지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A4종이 3장짜리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통합당과 극우 성향의 자유공화당ㆍ친박신당 등으로 보수진영이 쪼개져 총선을 치러선 안 된다는 주문이었다. 그는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에 의해 2017년 3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됐다. 뇌물수수ㆍ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한 2심이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역사의 죗값을 치르는 중인 그가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 자체가 오만한 오판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박 전 대통령은 편지 도입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ㆍ경북(TK)을 거론하며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TK를 중심으로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노골적 메시지였다. 그는 또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며 보수야권의 원로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자신의 탄핵에 찬성한 비박근혜계 등을 ‘용서’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 ‘선거의 여왕’이었다. 단문의 메시지로 선거 판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의 지지 기반은 ‘태극기’가 상징하는 극소수 지지층 뿐인 데다, 총선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로 확장하려는 통합당이 ‘박근혜’라는 이름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박 전 대표의 메시지를 당장은 물리치지 않았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해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4ㆍ15 총선 공천관리위원장도 “감옥에서 의로운 결정을 해 주셨다”며 “야당이 뭉쳐야만 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맞서 나갈 수 있다는 애국적 말씀을 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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