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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 없으면 코로나 진단 멈춰… 값 올릴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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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 없으면 코로나 진단 멈춰… 값 올릴 수 없죠”

입력
2020.03.09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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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신종 코로나 검사채취 수송배지 제조 백계승 노블바이오 대표

백계승 노블바이오 대표. 노블바이오는 신종 코로나를 검사할 때 쓰는 수송배지를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공급하고 있다. 노블바이오 제공
백계승 노블바이오 대표. 노블바이오는 신종 코로나를 검사할 때 쓰는 수송배지를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공급하고 있다. 노블바이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섰다. 방역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선별진료소의 필수품 중 하나가 바이러스 임상 검체 수송배지(viral trans port mediaㆍVTM)다. 신종 코로나는 약 20㎝ 길이의 긴 의학용 면봉(생체검사용 도구) 두 개를 각각 코와 목 뒤쪽에 깊숙하게 넣어 분비물을 채취한 뒤 두 면봉을 하나의 튜브에 담아 검사기관으로 옮겨 양성 여부를 판정한다. 튜브 안에는 바이러스가 48시간까지 생존하도록 10종류 이상의 다양한 시약이 들어있다. 두 개의 면봉과 이를 담는 튜브를 합쳐 수송배지라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노블바이오’만 유일하게 수송배지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회사인 비디(BD)와 코판(COPAN)의 국내 공급이 지난 달 중순부터 끊겼기 때문이다. 노블바이오는 2월에만 40만개의 수송배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달에는 100만개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처럼 수송배지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덕에 한국은 하루에 1만건 가까운 진단 검사를 수행하며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후 일종의 독점 시장이 형성돼 수송배지 생산업자 입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노블바이오는 공급가를 거의 올리지 않고 있다. 백계승 노블바이오 대표는 지난 4일 한국일보과 인터뷰에서 “가격을 올리고픈 유혹이 왜 없었겠냐만 내가 장사치인지 아니면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사업가인지 생각하니 답이 나오더라”며 “우리가 없으면 진단이 멈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고 떳떳하게 사업하기로 했다. 언젠가 국가에서 알아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에서는 노블바이오만 수송배지를 생산하고 있다.

“비디는 미국, 코판은 이탈리아 미국 중국에 각각 수송배지를 공급한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그쪽에 우선 공급하다 보니 국내 배정 물량이 없는 것으로 안다.”

-다른 국내업체들은 왜 수송배지를 안 만드나.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값싼 중국산 아니면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친 유럽, 미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중소기업들이 선뜻 못 뛰어든다. 의료기기 국산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미리 예측했다고 들었다.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A)나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새 바이러스가 확산될 거라 예상하고 준비를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 수송배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우리가 곧바로 샘플을 보냈고 승인 받자마자 생산에 들어갔다.”

경기도 화성시 노블바이오 공장에서 직원들이 수송배지를 생산하는 모습. 노블바이오 제공
경기도 화성시 노블바이오 공장에서 직원들이 수송배지를 생산하는 모습. 노블바이오 제공

-국내 생산을 독점하고 있는데 기업으로서는 좋은 기회 아닌가.

“수송배지 키트당 공급가를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다가 어제(3일)부터 50원 올렸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야근과 주말 특근 등을 고려하니 도저히 원래 가격으로 버틸 수 없었다.”

-공급가를 더 올리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았나.

“마음이야 굴뚝같았다.(웃음) 내가 장사치인지 아니면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사업가인지 생각하니 답이 나오더라. 우리가 없으면 진단이 멈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고 떳떳하게 사업하기로 했다. 언젠가 국가에서 알아줄 거라 믿는다. 우리와 거래하는 판매업자들에게도 폭리를 취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수송배지 공급에 문제는 없나.

“수송배지 시약은 약 300만개, 구강용 면봉은 약 180만개를 비축해뒀다. 다만 비강용 면봉이 거의 떨어져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송배지보다 더 큰 문제는 마스크다. 직원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공장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가 필수인데 재고량이 거의 없다. 정부에서 공급량을 조절한 뒤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 우리에게 특혜를 달라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셈인데 대책을 좀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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