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유치원, 1년 단위 연간 운영… 환불 어려워”
“겨우 일주일 다니는데, 유치원비는 한 달치를 그대로 받더라고요.”
경기 김포에 거주하는 박모(39)씨는 추가 개학연기 소식을 들은 지난 2일, 두 아이(5세, 7세)의 유치원비로 각 25만원씩 50만원이 빠져나간 통장 계좌를 확인하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학부모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도 개학이 23일이면 당연히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진다”며 “유치원에서 이렇다 할 안내나 설명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가 개학을 당초 2일에서 23일로 3주 연기하면서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미뤄진 수업일수만큼 유치원비를 환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다 보니 유치원에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는 실정이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유치원 학비의 환불이나 이월 문제는 유치원이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방자치단체더라도, 개학연기로 인한 학비 감면 여부는 유치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A유치원은 원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지원금(누리과정비 월 24만원) 외에 학부모부담금이 월 22만원인데, 이번 달은 6만원만 납부하라고 학부모들에게 통지했다. 반면 서울 영등포구의 B유치원은 월 16만원 상당의 학부모 부담금을 다 받는다는 입장이다. 이 유치원은 가정통신문에 “수업료는 유치원 운영비, 교직원 인건비 지급에 사용되어 별도 환급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기까지 했다.
서울 성북구의 C유치원 학부모 김지형(가명ㆍ40)씨도 “급식비랑 차량비는 나중에 돌려준다고 하지만 교육비는 여전히 교육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한다”며 “유치원비가 아까워 필요하지 않은 긴급돌봄에 애를 맡기는 학부모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유치원비 환불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이날까지 2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코로나로 인한 휴원 시 유치원비 감면’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4일 올린 글에서 청원자는 “가정보육 하면서 유치원 원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니 더 부담”이라며 “2월은 (신종 코로나로) 자율등원이라 해서 더 많이 빠졌는데 원비까지 고스란히 내야 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교사들의 인건비, 운영비 등을 고려해 휴원을 하더라도 원아 한 명당 최대 31만원(방과후과정반 7만원 포함)의 지원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도 다른 학교처럼 3월 1일부터 그 다음해 2월 말까지 연간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12개월로 나눠 한 달 원비를 정한다”며 “고등학교가 개학연기 됐다고 교육비를 환불하지 않듯이 유치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특성화비와 같은 선택적 경비는 활동하지 않았다면 학부모에게 환급하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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