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조정 최소화에 방점… 획정위, 재의 요구에 새 선거구안 마련하기로
여야가 4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뒤늦게 마련했다. 세종을 분구하고 경기 군포갑ㆍ을 선거구를 하나로 합치는 내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전날 ‘지역구 4개는 통폐합하고 4개는 나누는’ 획정안을 마련하자 이를 하루 만에 반려하고 재의를 요구한 것이다. 획정위가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이면 본회의에서 처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획정위가 새로운 안을 마련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고, 정치권이 선거의 기본인 선거구조차 제대로 정하지 않다가 지각 대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심재철 미래통합당,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세종, 군포 선거구 2곳만 조정하는 안에 합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 획정위 획정안을 돌려보낸 지 3시간여 만이다. 이를 위해 여야는 인구 기준 하한을 획정위가 마련한 13만6,565명에서 13만9,000명으로 끌어올렸다.
앞서 획정위는 서울 노원, 경기 안산, 강원과 전남 등 지역구 4곳을 조정ㆍ통합하고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 등 4곳을 분구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통합, 분구는 물론 구역과 경계가 조정된 지역구만 13개에 달했다.
특히 ‘선거구 조정 최소화’라는 기존 여야 합의가 확정위 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정치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애초 민주당은 지역구 3곳 증감을, 통합당은 1곳 증감을 원했는데 조정 규모가 커지면서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대폭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강원 지역 통합 조정으로 속초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 등 6개 시ㆍ군(4,922㎢)을 하나로 묶어 서울(605㎢) 면적의 8배가 넘는 ‘메가 선거구’가 탄생했고, 지역구 인구가 많은데도 통합되는 서울 노원 같은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결국 선거구 획정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은 공직선거법 25조 1호에 명백히 위반한다”며 재획정 요구서를 의결했다. 행안위는 인구 수에 비례한 획정 불발,농ㆍ산ㆍ어촌 지역대표성 반영 노력 미비,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 내용 미반영을 이유로 들었다.
여야가 합의한 조정 지역구는 모두 민주당(이해찬ㆍ김정우ㆍ이학영) 소속이다. 여당 입장에선 한 석이 줄고 한 석이 늘어 결과적으로는 차이가 없게 됐고, 통합당은 20대 지역구 현역 의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야는 이날 합의문에 “인접 6개 자치구ㆍ시ㆍ군을 통합하는 거대 선거구가 발생하거나(강원 춘천), 해당 시도의 전체 선거구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전남 순천) 예외적으로 구 ㆍ시ㆍ군을 분할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21대 총선에 한해 경기 화성병의 일부인 봉담읍을 분할, 화성갑 선거구게 속하게 한다”는 예외 조항도 뒀다. 읍면동을 분할해 인구가 넘치는 화성 지역구를 한시적으로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획정위는 여야 합의안이 나온 뒤 회의를 열어 이날 밤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획정위는 “5일 오후 3시 위원회를 개의할 예정”이라며 “국회의장이 통보한 획정 기준에 따라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행안위가 지적한 선거법 위반 내용이 무엇인지 특정해달라는 공문도 보냈다.
획정위가 5일 오후 획정안을 마련하면 행안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다만 획정위가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고 기존에 제출했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안을 낼 경우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와 획정위 의견에 차이가 클 경우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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