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 시즌 개막을 미룬 프로축구 K리그의 시즌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연기가 사실상 확정되면서다. 구단들 사이에선 시즌 후반기의 스플릿 라운드(K리그1 기준)를 줄이거나, 플레이오프(K리그2 기준) 생략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4일 K리그 구단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틀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동아시아지역 가맹국들이 이달 말 예정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연기하는 데 동의하면서, K리그 시즌 단축이 불가피하단 의견이 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코로나19로 연기된 K리그 초반 일정을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도 끼워 넣어 소화 할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놨는데, A매치가 통째로 연기될 경우 이 계획마저 흐트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AFC 챔피언스리그(ACL) 역시 3,4월 일정이 5,6월로 미뤄지고, 하반기 예정된 토너먼트 일정도 더 빡빡해져 K리그 예비 일정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K리그1 지방 구단 관계자는 “개막 일정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아무리 빨리 개막이 된다고 해도 경기수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12월 말까지 리그를 진행해 전 경기를 소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수 부상 우려는 물론 겨울이적시장까지 대비하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안”이라고 전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K리그 일정을 A매치 주간은 물론 주중까지 빽빽이 채워 진행하게 될 경우 대표팀 차출 선수가 많은 구단 또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구단들에겐 불리하다”며 형평성이 문제가 일어날 거란 의견도 전했다.
현장에선 ‘꼬리 자르기’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구단들간의 합의를 거쳐 K리그1(1부 리그)의 경우 상ㆍ하위 구단을 나눠 5경기씩 치르는 스플릿라운드를 없애는 것이다. K리그(2부 리그)의 경우 플레이오프 일정만 없애도 여유가 생긴다. 이마저도 4월 중 K리그 개막이 이뤄진다는 전제아래 가능한 시나리오다. 모든 경기를 다 치르는 게 최우선이란 의견도 있다. 이미 판매가 시작된 시즌권 구매자들에 대한 환불정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데다, 모든 경기를 치러야 되레 공정성 시비도 줄어든단 얘기다.
연맹의 계산도 꽤나 복잡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리그 일정 단축은 마지막 수단으로, 현재로선 38라운드 경기를 모두 치르는 걸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맹은 “많은 경우의 수들이 만들어져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일정 단축을 포함한)다른 방법도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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