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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 안 빼돌려요”…공적 마스크 떠안은 약국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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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 안 빼돌려요”…공적 마스크 떠안은 약국 ‘수난사’

입력
2020.03.04 17:15
수정
2020.03.04 23:5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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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못 사면 애꿎은 약국 오해

억울한 약사들 “우리도 안타깝다”

4일 서울의 한 약국에 가족, 단골, 지인을 챙겨주거나 약사가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적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의 한 약국에 가족, 단골, 지인을 챙겨주거나 약사가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적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30)씨는 지난 2일 마스크를 사러 온 손님에게 된통 혼이 났다. 손님은 다짜고짜 “이 시국에 마스크로 돈벌이 하는 거냐. 원래 1,500원인 거 다 안다”고 언성을 높였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는 배급 받은 지 10분 만에 동나 당시 약국에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만 남아있었다. 이씨가 지인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경기 안산시의 공장까지 찾아가 장당 3,000원에 어렵게 구입한 마스크였다.

유통비용을 감안해 3,500원에 팔고 있었는데, 소리를 친 손님은 1,500원에 판매해야 하는 공적 마스크를 일반 마스크로 둔갑시켜 폭리를 취하는 걸로 오해를 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 구조를 계속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끝까지 의심하던 손님은 화만 내다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하루에 수백 번씩 마스크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하는 것까진 약사의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억울한 오해를 받는 건 정말 힘들다”며 “차라리 마스크를 일절 안 팔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약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자 최일선에서 마스크 판매를 떠맡은 약국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팽배해진 생산 및 유통업체에 대한 불신이 약사들에게까지 번지는 탓이다. 매일 쏟아지는 문의에 대응하느라 정신적 피로를 겪는 약사들은 애꿎은 비난으로 인한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다.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만큼이나 약사들을 괴롭히는 건 ‘가족들한테 빼돌린다’는 시선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1시간에 두세 번씩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공적 마스크를 싸게 넘기고 아예 안 파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며 “지인들에게는 일찌감치 따로 못 구해준다고 말해뒀다고 해도 전혀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신의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부산에서 공적 마스크를 3,000원에 판 약국이 부산시약사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적 마스크에 별다른 표식이 없다 보니 악의를 가진 약사가 작정하고 속이려 하면 소비자로서는 분간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사들은 “극소수 사례일 뿐 우리 역시 지금 상황이 안타깝고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약사는 “임신 중인 부인 대신 마스크를 사러 오는 분이나, 며칠째 허탕을 친 어르신을 보면 마스크를 더 내놓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며 “최선을 다해 마스크를 구하고 있으니 섣부른 오해는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보다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사전에 아무런 안내도 없이 공적 마스크 약국 판매 방침을 밝혀 전국의 약국에서는 물량 확보와 손님 대응 등에 혼선을 겪어야 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의 사회적 책무에 충실하면서도 소비자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당국과 제도 보완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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