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치원 방과후과정전담사 임연미씨 인터뷰
“요즘 어느 부모가 자식을 유치원에 보내고 싶겠어요. 오죽 급하면 맡길지 그 마음을 잘 아니까 더 가슴이 아프죠.”
대구의 한 병설유치원에서 긴급돌봄을 담당하는 방과후과정전담사 임연미(54)씨는 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침에 자녀를 맡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학부모의 표정을 보면 서글픈 마음까지 든다고 한다. 그가 일하는 유치원의 원아는 약 70명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긴급돌봄을 신청한 원아 학부모는 6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실제 유치원에 오는 경우는 1~2명뿐. 이날도 만 4세반 학생 단 한 명만 교실에 나와 있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교실을 홀로 지키던 임씨는 “지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는 정말 절박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대구의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는 4,000명이 넘었고 그 중 유ㆍ초중고 교직원이 35명, 학생이 43명이나 된다. 이처럼 집단감염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대부분 대구지역 학부모는 긴급돌봄을 신청하고도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울 때 유치원과 학교를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ㆍ한부모가정 등 평소에도 돌봄여건이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이 개학을 미룬 학교를 주로 찾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2일 기준 대구시 유치원생 3만6,168명 중 2.5%인 918명이 긴급돌봄을 신청했고 이중 568명(61.9%)만 실제 등원했다. 초등학생은 12만3,955명 중 568명(0.5%)이 신청했는데 이중 146명(25.7%)만이 학교에 나왔다.
대구시 전체가 신종 코로나로 비상인 만큼 교실의 풍경도 바뀌었다. 학생이 등원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손 소독과 발열체크다. 일과 중에도 수시로 건강상태가 변하지 않는지 노심초사 지켜보는 게 임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임씨가 가장 힘들 때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은 어디 있어요?’라고 물을 때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8시간동안 또래 없이 지내는 외로움은 선생님도 채워주기 어렵다. 임씨는 “3일에는 처음으로 아이들이 2명 나왔는데 서로 어찌나 반가워하던지”라며 “애들끼리 좋다고 뛰어 놀다가 서로 만지고 마스크가 벗겨지길래 쫓아다니며 씌워주기 바빴다”며 씁쓸히 웃었다.
임씨는 이 상황이 장기화되는 게 걱정이다. 유행의 불씨가 잡히지 않으면 대구지역 개학은 더 미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그가 있는 곳을 비롯해 대부분의 유치원ㆍ초등학교는 방역을 마치지 않은 채 긴급돌봄을 운영 중이다. 소독이라곤 임씨와 동료들이 퇴근 전 알코올을 뿌리는 게 전부.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남아있지만, 학생의 마스크가 찢어지는 등 정말 긴급한 상황에만 쓸 수 있는 최소한에 그친다.
무엇보다 임씨는 물론 그와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후전담사들은 긴급돌봄을 위해 평소보다 두 배를 일하고 있다. 전담사들의 평소 업무시간은 유치원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1시 이후. 그러나 긴급돌봄이 운영되고 정규직 교원 대부분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현재 임씨 같은 비정규직 교원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봄을 도맡고 있다. 임씨는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 아이를 돌보겠나 하는 심정으로 일하지만 솔직히 힘들고 불안하다”라며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라도 정규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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