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완치 퇴원… 생후 45일 영아, 부모와 한 병실 투병
감염병 이유로 장례 없이 화장… 유족들 가슴 아픈 사연도
어린 딸을 간호하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한 병실에서 간병하는 엄마, 부모와 함께 입원한 45일된 영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피어나는 가족애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감염병으로 숨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유족들의 아픈 사연도 잇따른다.
A씨 모녀는 지난 2일 대구의료원 문을 나섰다. 지난달 23일 A씨의 4살난 딸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지 9일 만이다. 아이는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를 통해 감염됐다.
A씨 가족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먼저 아이는 대구의료원 음압병동으로 이송됐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확진자가 많지 않아 곧바로 입원할 수 있었다. 다행히 부모는 감염을 피했다.
A씨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4살짜리를 혼자 격리병실에 둘 수 없었다. 직접 간호하기로 했다. 마스크와 고글, 보호장갑에다 방호복과 덧신까지 신고 24시간 아이를 돌봤다. 아이는 병상에서, 엄마는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잤다.
다행히 아이는 증상이 심해지지 않았고, 엄마도 감염되지 않았다. 병실 문도 여닫지 못하는 감옥 같은 생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엄마도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더 힘들게 했다.
아이와 엄마는 둘 다 건강하게 ‘퇴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낯선 환경 속에 꿋꿋하게 버티는 아이에게 힘을 얻고 위험한 간병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엄마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B씨 일가족은 동국대 경주병원에 온가족이 입원, 한 병실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의심증상을 보인 부모가 먼저 검사했고, 혹시나 해서 아기도 검사한 결과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의 생후 45일된 아기는 국내 최연소 확진자가 됐다.
이들은 같은 격리음압병실에 입원하게 됐다. 부모는 일반병상에, 아이는 병원측이 신생아실에서 가져다 준 신생아 간이침대에서 지낸다. 부모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환자식을, 아기는 엄마가 택배로 주문해 온 분유를 먹는다. 부모는 가끔 열이 오르긴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다. 아기는 체중 5㎏로 건강한 상태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측의 관심도 남다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매일 살펴본다. 역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이동석 병원장도 수시로 병실을 찾는다.
병원 관계자는 “생후 45일만에 감염됐다고 하니 직원들도 출근하자마자 아기의 상태를 물어보곤 한다”며 “다행히 모두의 관심과 위로 속에 별다른 증상 없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포항 의료원에도 20개월 남자 아이가 부모와 함께 확진판정을 받고 한 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반면 갑자기 떠난 혈육을 제대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C씨는몸이 불편한 부친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당일 오후 숨을 거두는 일을 겪게 됐다. 임종을 지켜보기는커녕 작별인사도 못했다. 조문도 받지 않고 그렇게 떠나 보내는 자녀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감염병 예방법상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염 작업도 할 수 없다. 유족들은 시신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곧바로 이중백에 담아 화장해야 한다. 빈소에 시신 대신 유골을 모셔놓거나 변변한 장례식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주=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