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격리대상자 찾아가 검체 채취 
 방호복 하루 열 번 이상 갈아입고 나면 체력 고갈 
 “그래도 아직 버틸만 합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중보건의들 모습. 현장 접근에 제약이 있는 만큼 전화나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함께 엮었다.

대구는 지금 ‘사투’ 중이다. 폭발적으로 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비해 병상과 의료진이 절대 부족하다. 매일매일이 고비인 상황. 하지만 암담하지만은 않다. 대구로 기꺼이 발걸음을 내딛은 젊은 의사들, 대구 지역에 파견된 공중보건의들이 최전선을 단단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은 2주째 최전선에서 밤낮, 휴일 없이 진료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공중보건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중보건의 김우석(29), 정상원(31), 그리고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갑(29)씨는 코로나19 최전선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 코로나19 최전선 ‘출장 검체 채취’ 

경북 북부 3교도소(청송 교도소)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 김우석(29)씨는 지난달 21일 저녁 ‘당장 대구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여벌의 속옷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맨몸’으로 청송을 떠났다. 갑자기 머물 곳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에 의료진이 머문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꺼리는 숙박 업계 분위기가 더해져 대구로 투입된 초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북구 보건소로 배정받은 김씨의 임무는 ‘출장 검체 채취’. 자가격리 대상자인 신천지 신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자택을 방문해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다. 출장 검체 채취팀은 보통 공중보건의와 검체 채취를 돕는 보건소 직원, 운전기사까지 총 3인 1조로 움직인다. 현재 북구 보건소에서만 총 13팀이 움직이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0건 정도 진행한다. 한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10번 이상 옷을 입고 벗는다. 그 자체로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호복을 갈아 입을 땐 최대한 주민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서다.

코로나 19 최전선 대구에 투입된 의료진이 자가격리 중인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한 가정 방문에 앞서 계단에서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의료진은 주민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방호복을 입고 벗는다. 방호복은 전신 보호복, 고글, 마스크, 위생장갑, 덧신, 헤어캡 등으로 구성된다. 입고 벗는 데에만 10분 이상 걸리며 검체 채취를 한 뒤엔 새롭게 갈아 입어야 한다. 하루 평균 10~12개 정도의 가정을 방문하는 의료진에게 보호 복장을 입고 벗는 것도 고되다. 정상원 공중보건의사 제공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방호복을 입은 채로 3~4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해요. 막상 가 보면 격리 대상자가 대신 엉뚱한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일부러 허위 주소를 불러 준 거예요” 주로 동ᆞ호수만 교묘히 바꿔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앞집, 옆집, 아랫집까지 뒤져 찾아내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이후 방문일정이 줄줄이 꼬여 버린다. “자가격리 대상자인데 집에 없는 경우도 꽤 있어요. 어떤 분은 자택 앞에 도착해 전화를 걸어보니 ‘지금 밭에 나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무증상자들까지 보건소를 찾기 시작하면서 업무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19일부터 달서구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상원씨는 “시민들이 너도나도 보건소를 찾아 ‘나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증상이 있으신 분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면, 갑자기 ‘사실은 머리가 아픈 것 같다, 기침도 난다’라며 말씀을 바꾸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막연히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그러신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의료진을 신뢰하고 응원하는 시민들을 만나면 그래도 힘이 난다. 정씨는 “방문 진료를 나갈 때마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간식거리를 풍성하게 챙겨 쥐어 준다”며 “감염 위험 때문에 받을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지친 몸에 힘이 솟는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마음이 큰 상황이지만 의료진에 대한 배려는 곳곳에서 이어진다. “‘먼 길 오게 해서, 이렇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고맙고, 검체 채취용 면봉이 목구멍 깊숙이 들어와도 의료진에 침 한 방울이라도 튈까 기침을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을 만날 땐 정말 고마움을 느껴요.”

 ◇ 턱없이 부족한 병상과 간호 인력 

자택에 격리된 확진자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최근 정씨가 무력감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에게 ‘일단 자택에 머물러 달라’고 말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껴요. 확진자와 같은 집에 있던 가족들에게 증상이 생긴 경우도 적지 않아요. 이건 사실상 ‘격리’가 아닌 거죠.” 경증 환자라 해도 신속하게 격리해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간호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간호 전문 인력의 업무에 일반 공무원들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사들과 차질 없이 손발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요.”정씨와 김씨가 방문 채취를 나갈 때도 대구시 파견 공무원들이 동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갑(29) 대공협 회장은 “확진자를 치료하는 병상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의사보다 환자와 더 자주 접촉하며 근거리에서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간호사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신을 밀폐하는 방호복을 입은 상태로 하루 9시간, 10시간씩 버티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해 전신을 밀폐하다 보니 통풍이 되지 않아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만다. 눈과 눈 주위를 보호하기 위한 고글 또한 장시간 착용이 버겁긴 마찬가지다. “저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을 착용하는데, 안경 위에 고글을 착용하면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려요.” 결국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안경을 벗은 채로 고글을 쓰고 움직인다. 이러나 저러나 잘 안 보이는 건 똑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호복은 안전을 위한‘최후의 보루’인 동시에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간호사 배모(23)씨는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까지 착용하면 숨 쉬기가 너무 불편해 말을 한번에 다 하지 못하고 한 마디씩 쉬어 가며 해야 한다”며 “여성용 사이즈가 따로 없어, 턱없이 큰 방호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칭 타칭‘코로나 베테랑’ 

‘맨땅에 헤딩’식 현장경험을 통해 자칭 타칭 베테랑으로 거듭난 공보의들은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드라이브 쓰루(Drive Through)’ 진료소도 일선 보건소 공보의들이 알음알음 전파한 노하우에서 비롯됐다. “음압텐트가 없는 진료소에선 한 시간에 딱 한 명 밖에 환자를 못 봐요. 읍압 텐트가 있다고 해도 20~30분에 1명꼴이죠. 검사는 밀려드는데 하루 종일 쉬지 않아도 스무명 가량이 전부인 거예요. 다급했던 의사들이 차를 타고 온 환자들을 보고‘어, 굳이 거기서 안 내리고 하셔도 되겠는데요.’ 이러면서 시작된 거죠.” 김형갑 대공협 회장에 따르면 현재 대구 지역 드라이브 쓰루 진료소에서는 매 시간 8~12팀 가량의 환자들을 보고 있다.

“현재 대구로 차출된 공보의들 중 대부분은 지난 1월 말,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 지방 소도시의 방역을 책임져온 분들이예요. 준전문가들입니다. 제가 있었던 전남 보건지소에도 후베이성 방문자가 있어 초비상이었거든요. 그런 경험치들이 두 달간 쌓여 빛을 발하고 있어요. 파견 공보의들이 진료소 내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을 짜고 근무 체계 설계까지 도맡고 있답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이들은 ‘노하우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검체를 채취할 때 대상자를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고 측면이나 사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이 방식대로 하면 환자의 침방울이 의료진의 얼굴로 튀지 않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줄어들고 방호 장비도 아낄 수 있다.

이들의 하루는 대개 자정을 넘겨서야 끝이 난다. 김 회장은 진료가 끝난 이후에도 대구 각지에서 몰려드는 공보의들의 민원을 처리하고, 부족한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화를 돌린다. 하루에 4시간도 채 자지 못한다. 정씨와 김씨는 일이 끝나자마자 숙소인 모텔에 ‘셀프감금’을 당한다. 한참 늦은 저녁식사는 주로 배달음식. 보건소와 모텔만 오가는 생활을 휴일 없이 2주째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엔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버틸 만하십니까?’ 라 묻자 씩씩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렴 당연합니다. 저희가 해야만 하는 일인 걸요.”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이동진 문소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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