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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감염내과 전문의 부족은 예견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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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감염내과 전문의 부족은 예견된 사태

입력
2020.03.05 01:00
수정
2020.03.05 01:3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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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들 곁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빠른 회복과 건투를 비는 것 외에 달리 드릴 말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장에서 최고 전문가인 감염내과 전문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군을 진두 지휘해야 할 장군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방역당국도 “전국적으로 가장 부족한 의료 인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고 밝힐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실제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2015년 감염내과 전문의 수는 204명에서 2019년 275명으로 71명(3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피 분야로 꼽히는 흉부외과(1,346명)와 응급의학과(2,000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ㆍ경북지역의 감염내과 전문의는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더 심각하다. 이 지역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일 0시 기준 4,780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감염내과 전문의 1명이 환자 400명을 치료해야 하는 셈이다.

감염내과 전문의 부족사태는 예견된 일이다. ‘수익’만을 쫓는 의료계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인력충원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의 합작품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내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1년에 10명 안팎”이라며 “메르스 사태 이후 대한감염학회에서 충원을 위한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감염내과 의사들은 소위 ‘돈이 되는’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않아 병원으로서는 이들을 충원할 요인이 크지 않다. 그러니 감염내과 전공의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등 굵직굵직한 감염 사태를 겪을 때마다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정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으로 11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의 100분의 1이라도 미리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들끼리는 ‘의병(醫兵)’이라고 부릅니다. 감염병이 창궐할 때만 부르고, 상황이 종료되면 바로 찬밥신세가 되기 때문이죠.” 한 감염내과 전문의의 자조 섞인 말이다.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의 보건의료체계가 신종 코로나에는 최적의 ‘숙주’가 됐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김치중 정책사회부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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