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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손원평 등 소설가들 속속 감독 데뷔 … ‘탁월한 서사 장악력’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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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손원평 등 소설가들 속속 감독 데뷔 … ‘탁월한 서사 장악력’이 장점

입력
2020.03.05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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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감독이 '침입자'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손원평 감독이 '침입자'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상반기 개봉 예정작 ‘침입자’는 실종된 지 25년이 지난 동생(송지효)이 집으로 돌아온 뒤 이상한 일이 잇따르자 동생의 비밀을 쫓는 오빠 서진(김무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 감독은 손원평. 데뷔작을 찍는 손 감독은, 실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2017년 소설 ‘아몬드’를 냈고, 이 책은 25만부가 팔렸다. ‘침입자’의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소설가라 그런지 손 감독의 각본이 좋다”며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도 상당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손 감독뿐이 아니다. 올해 개봉할 ‘뜨거운 피’의 천명관 감독도 소설가다. ‘고래’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등 히트작이 여러 개다. ‘뜨거운 피’는 동료 소설가 김언수의 소설을 밑그림 삼았다. 영화사 고래픽쳐스의 김주경 대표와 김언수가, 오랫동안 감독을 꿈꿔왔던 천 감독에게 제안하면서 영화 작업이 성사됐다. 걸림돌은 하나. 김 대표는 “천 감독은 본인이 창작자인데 자기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데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웃었다.

천명관(왼쪽 세 번째) 감독이 지난해 4월 영화 '뜨거운 피' 크랭크인을 앞두고 출연 배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천명관(왼쪽 세 번째) 감독이 지난해 4월 영화 '뜨거운 피' 크랭크인을 앞두고 출연 배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이들보다 덜 알려졌지만, 이지민 작가도 문단과 충무로 양쪽을 오가는 ‘경계인’이다. ‘밀정’(2016) ‘마약왕’(2018)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남산의 부장들’(2020) 등 최근 화제작의 각본을 담당했던 이 작가는, 실은 2000년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란 소설로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후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유망 소설가였다.

이들과 충무로의 만남은 놀라운 게 아니다. 손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2005년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으로 제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천 감독은 출발점이 시나리오 작가였으나, 2003년 ‘프랭크와 나’로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가 됐다. 이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석사)다.

이지민 작가는 '밀정'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등 선굵은 영화의 각본을 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지민 작가는 '밀정'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등 선굵은 영화의 각본을 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지민 작가가 각본을 쓴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제공
이지민 작가가 각본을 쓴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제공

소설가와 감독간 거리는 멀지 않다. ‘겨울나그네’ ‘상도’ 등의 소설가 최인호(1945~2013)는 배창호 감독과 콤비를 이루며 ‘황진이’(1986)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 ‘천국의 계단’(1991) 등 여러 영화의 각본을 썼다. ‘걷지 말고 뛰어라’(1976)에선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소설가의 장점은 무엇보다 이야기 구성력이다. ‘마약왕’ ‘천문’ ‘남산의 부장들’을 제작한 하이브 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이지민 작가에 대해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고 이야기꾼의 면모가 다분하다”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놔 계속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지민 작가와 영화 2편을 준비 중이다. 천명관 감독과 함께 작업 중인 김주경 대표 또한 “소설을 영화로 탈바꿈시키는 건 험난한데 천 감독은 단번에 이야기를 뽑아내더라”며 “영화 현장 경험은 부족하지만 어떤 감독들보다 서사 장악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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