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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느껴지는 법률계약서, 누구나 10분에 작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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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느껴지는 법률계약서, 누구나 10분에 작성 끝”

입력
2020.03.05 0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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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숙 아미쿠스렉스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온라인 서비스 '로폼'을 소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진숙 아미쿠스렉스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온라인 서비스 '로폼'을 소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법률문서 쓰기 어렵다고요? 그렇다고 권리를 포기하진 마세요”

사법시험 합격 후 로펌 변호사로 잘나가다 법률 서비스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한 정진숙(37)씨. 그는 다양한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법률 분쟁의 핵심은 법률 문서에 있는데,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아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가만히 보니 법이 어려운 건 둘째치고 계약서를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할지를 찾는 것부터 장벽이 높아 포기한 경우였다”며 “법률 문서를 어떻게 하면 쉽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결국 이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을 구체화 한 것이 법률 문서 자동완성 플랫폼인 ‘로폼(law form).’ 10여개 법률 문서를 10분이면 뚝딱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아미쿠스렉스’가 개발했다.

예를 들면, 로폼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기본 정보 등 몇 개 문항만 입력하면 기존 서식에 그대로 반영돼 문서가 완성되는 식이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을 때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게 장점”이라며 “내용증명은 2만9,900원, 지급명령 신청서는 4,900원이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펌 변호사에서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이게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동료 변호사와 함께 2015년 6월 아미쿠스렉스를 설립한 게 계기가 됐다. 정 대표는 변호사 업무를 보면서 법률 서비스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든 블로그 ‘제법 아는 언니’를 운영했다. 생활 속 법률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플랫폼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업이 본업이 된 것은 지난 2017년 본격적으로 로폼 개발에 나서면서. “사람들이 계약서를 제대로 쓰기는커녕 계약서조차 안 쓰더라고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주변 상황은 그를 로폼 개발로 더욱 몰아붙였다. “쇼핑몰에서 물건 사듯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법률 문서를 쉽게 찾고, 또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로폼은 그가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년간 달려온 결과물이다.

로폼을 통해 싼 비용으로 쉽고 빠르게 법률 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자 많은 소상공인들이 도움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납품 대금이나 용역비 등 미수금을 조금이나마 변제 받고, 디자인 도용을 당했을 때 재빠르게 내용증명을 보내 경고하고 또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해 온다”며 “이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미쿠스렉스는 법률 서비스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입힌 리걸테크 분야 선두에 서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위워크 여의도역점 4개층에 조성한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하면서 사업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미쿠스렉스를 포함한 스타트업 70개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에서 기업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정 대표지만, 동시에 그는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베이비시터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그 자신을 생각하기도 힘들지만, 자신은 그들에게 정작 상습 계약 위반자였다. “일이 많다 보니 ‘한 시간만 더 봐주시면 안돼요’라는 부탁을 매일 하곤 했죠.”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준비하고 있는 법률 문서는 ‘아이돌보미 계약서’. 아기를 맡기는 부모와 아이를 보는 분 사이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한다면 더 신뢰할 수 있고, 관계가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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