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5%p 긴급인하에도 뉴욕증시 3% 가까이 급락
시장 공포 그만큼 커… “금리 외 수단 없어 불안 증폭”
미국 중앙은행의 긴급 금리인하도 위축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끌어내리는 긴급처방전을 내놨지만 뉴욕증시는 3% 가까이 급락하며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금리인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경제둔화의 늪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5.91포인트(2.94%) 내린 2만5,917.41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긴급 인하하는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하락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2.81%, 2.99%씩 하락한 채 마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3대 지수가 5% 안팎으로 급 반등했는데, 막상 금리가 인하되자 전날과는 정반대의 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이를 두고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 공포가 크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려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에 짙게 깔려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긴급 인하한 경우는 2001년 9.11테러 직후와 2008년(1월, 10월)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세 차례뿐이었다. 짐 보겔 FHN파이낸셜 전략가는 “통화정책이 얼마나 강력하게 완화될 수 있는지 일부 회의론이 있다”며 “시장의 주된 관심사는 의료전선에서 정부의 능력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 외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정책 외 수단은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고 답변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속한 금리 결정 이후 향후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웠다”며 “(투자자들로선)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심 기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극심해졌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0.91%선까지 하락하는 등 채권가격이 초강세를 보였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금리 급락은 그만큼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미 국채와 더불어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꼽히는 금 역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3.1% 상승한 온스당 1,64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지 전문가들도 금리인하가 코로나19 사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 금융그룹 웰스파고의 커크 하트만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지 언론에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채권금리가 낮아지면 주가 수익률은 괜찮을 수도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고 고통도 심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는 두통(코로나19)을 치료하기 위해 밴드를 붙이는 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