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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망가뜨린 조선 왕세자의 ‘작은 조정’, 100여년 만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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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망가뜨린 조선 왕세자의 ‘작은 조정’, 100여년 만에 복원

입력
2020.03.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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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경복궁 계조당’ 재건 착수

경복궁 계조당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계조당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일제가 망가뜨린 조선 왕세자의 ‘작은 조정(朝廷)’이 파괴된 지 100여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 복원 사업 일환으로 근정전 동쪽 세자 공간인 동궁(東宮) 정당(正堂) 계조당(繼照堂) 복원 공사를 이달 시작, 2022년 마무리한다고 4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궁궐 동쪽에 있는 동궁은 외전과 내전을 갖춘 궁궐 속 작은 궁인데, 계조당은 조선 왕조 권위와 후계 연속성을 상징하는 동궁의 핵심 건물이었다. 조참(朝參ㆍ왕에게 문안하는 조회)은 물론 궁중 잔치인 진찬(進饌)도 진행됐다.

계조당은 세종 25년(1443)에 지어졌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세자가 조회 받을 집을 건춘문(建春門) 안에다 짓고, 이름을 ‘계조당’이라 했다”고 기록했다. 건춘문은 경복궁 동문이다. 여기에 들어온 사람은 훗날 제5대 임금이 되는 문종이다. 그는 세자 시절 계조당에서 부친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신하들과 현안을 논의했다. 계조당이 대리청정 공간이었던 셈이다. 계조당은 단종 연간인 1452년에 철거되지만 1868년 고종이 계조당 터에 어의본궁을 옮겨와 계조당을 중건한 데 이어 1891년 고쳐 세웠다.

그러나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조선 왕실의 권위를 지우고 식민 통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시 파괴됐다. 지금 동궁에는 1999년 복원된 자선당(資善堂)과 비현각(丕顯閣)만 남아 있다. 자선당은 세자ㆍ세자빈의 거처이고 비현각은 세자의 집무실이다.

경복궁 계조당 터 발굴 조사 모습.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계조당 터 발굴 조사 모습. 문화재청 제공

계조당 복원과 동궁 기본 궁제 정비에는 예산 총 82억원이 투입된다. 복원에는 수제 전통 한식 기와와 철물, 소나무 등 전통 재료가 사용되고 ‘손으로 하는 가공’(인력가공) 등 전통 방식이 활용된다. 5월부터 사전 신청자에게 공사 현장을 공개한다.

건물 규모는 정면 5칸과 측면 3칸이고, 팔작지붕을 얹는다. 기다란 행각을 조성하고, 지난해 7월 복원을 사실상 마친 뒤 공개한 경복궁 흥복전(興福殿)처럼 전기와 통신 설비를 구축한다.

정식 개방은 2023년 1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조선 왕조 역사성을 보여주는 재현 전시 공간이자 문화 교육 공간으로 쓰인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계조당을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재 복원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변형ㆍ훼손된 경복궁을 체계적으로 복원ㆍ정비해 조선 법궁의 위상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되찾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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