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전국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생리 용품을 제공하는 법안이 사회적 갈등 없이 발효될 전망이다. 생리용품을 살 수 없는 여성들로 인한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선제적으로 관련 법률을 마련한 스코틀랜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연령대의 여성에게 생리 용품을 무료 공급하는 국가로 기록될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생리 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생리 용품 무상공급 법안이 25일 스코틀랜드 의회 1차 표결에서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됐다.
찬성 112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돼 해당 법안은 의원들이 수정 제안을 할 수 있는 소관 위원회로 넘겨졌다. 이번 법안은 지역센터, 약국 등 지정된 장소에서 생리대, 탐폰 등 용품을 무료로 배포하고 정부가 각 기관에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3,100만달러(약 37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생리대가 보편적 복지 영역에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지급은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은 지난해 하반기 학생들을 위한 보편지급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 뉴욕주는 2016년 공립학교, 노숙자 쉼터, 교도소 등 공공시설에 무료 비치를 시작했다.
생리용품에 붙는 세금을 없애는 시도도 있다. 영국 정부는 2022년까지 생리 제품에 대한 모든 세금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또 생리 용품 판매 세금으로 거둔 8,000만달러를 여성 자선 단체로 전달하기도 했다. 만두 레이드(Mandu Reid) 영국 여성 평등 당 대표는 “생리 빈곤은 영국 전역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직장인이나 학생의 4분의 1 이상이 생리 용품을 살 돈이 없어 결석하거나 결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리용품은 필수품으로 보편지급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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