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대산공단 내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4일 새벽 폭발과 함께 불이 나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0여명이 다쳤다.
충남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5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2명은 심한 화상 등을 입어 천안의 대형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인접 소방서 가용 인력과 장비까지 출동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240여명과 차량 38대를 동원해 2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은 이어 대응 2단계를 해제하고, 6시간여 만인 오전 9시쯤 불을 완전히 껐다.
이날 사고 여파는 심각했다. 당시 폭발로 불기둥이 높이 치솟았고, 충격으로 공장 주변 건물이 흔들리면서 인근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붕이 내려앉거나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내렸다는 등의 신고가 77건이나 접수됐다. 실제 주변 원룸과 식당 등 건물 창문이 모조리 깨지거나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내려앉는 등 엉망이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주민이 다치기도 했다.
손정호 충남도소방본부장은 “폭발 영향으로 공장 내 공기압축설비 지붕 파편이 300m까지 날아가 민가에 떨어졌다”며 “공장 인근 방재센터까지 파손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대산읍 독곶2리 김종극 이장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처럼 두 번이나 폭발이 일어났다”며 “우리 마을에서도 충격으로 지붕이 무너져 다친 사람이 있는 등 동네 전체가 아수라장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서산시 읍내동 한 주민은 “새벽에 자다가 큰 폭발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 깼다”며 “무슨 일인지 한동안 알 수 없어 가족들과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폭발사고로 인한 진동은 대산공단과 수십㎞ 떨어진 당진과 태안에서도 느껴질 만큼 컸다.
서산시는 사고 직후 주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납사(나프타) 분해센터에서 폭발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납사는 원유에서 뽑아내 화학제품 원료로 쓰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에틸렌 생산 과정에서 난 사고로 추정된다”며 “납사 분해 공정 중 압축라인에서 폭발한 것 같다는 공장 측 설명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오훈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장은 현장브리핑에서 “직원들이 공장을 돌며 살피던 중 폭발사고가 났다”며 “지난해 28일 동안 정비 보수를 해 안전설비를 갖췄는데 순간적으로 (원료 일부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산경찰서는 강력팀,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등과 15명 안팎으로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폭발사고가 난 납사(나프타) 분해센터에서 이뤄진 공정에 대한 자료와 사고 당시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수집에 나섰다.
현장의 열기가 식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합동 정밀감식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이를 토대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과실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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