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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배 면적 강원 선거구 등장…여야 “선관위 획정안 졸속”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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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배 면적 강원 선거구 등장…여야 “선관위 획정안 졸속” 반발

입력
2020.03.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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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구 획정안 국회 제출

노원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 “철회” 주장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환 위원장이 3일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과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환 위원장이 3일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과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4ㆍ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세종과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을 분구하고, 서울 노원과 경기 안산 등의 통합이 골자다. 하지만 그간 여야가 논의해 온 범위를 많이 벗어나는 내용이라 각 당의 반발이 크다. 보고를 받은 문희상 국회의장도 “그 동안의 교섭단체간 논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야가 추가로 미세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획정위는 이날 지난해 1월 표준인구를 기준으로 하한(13만6,565명)과 상한(27만3,129명)을 설정한 뒤, 조정한 선거구 분구ㆍ통합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분구지역을 보면, 세종이 갑ㆍ을로 나뉘었다. 여야는 그 동안 단일 선거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세종(2019년 1월 말 기준 32만여명)을 2곳으로 쪼개는 방안에 크게 이견이 없었다. 최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경기 화성도 현재 갑, 을, 병 3개 선거구에서 추가로 한 개를 늘려 4개로 조정했다. 역시 단일 선거구였던 강원 춘천과 전남 순천도 갑ㆍ을로 쪼갰다.

4개 지역구를 분구한 만큼 4개 지역구를 통합했다. 먼저 서울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몰려 있는 노원이 기존 갑(고용진 의원)ㆍ을(우원식 의원)ㆍ병(김성환 의원) 3개 선거구에서 갑ㆍ을 2개 선거구로 줄었다. 민주당 공천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에서는 안산이 상록갑ㆍ상록을ㆍ단원갑ㆍ단원을 4개 지역구에서 갑ㆍ을ㆍ병 3개 지역구로 합쳐졌다.

강원은 춘천이 분구됨에 따라 이를 제외한 선거구 7곳이 6곳으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속초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이 한 데 묶여 서울(605㎢)의 8배가 넘는 ‘메가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순천이 분구된 전남은 다른 5개 선거구가 4개 선거구로 줄었다.

박구원기자/2020-03-03(한국일보)
박구원기자/2020-03-03(한국일보)

예상을 뛰어 넘은 획정안에 정치권 반발이 커지고 있어, 여야간 추가 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분구보다 통합 지역이 더 쟁점 사안이다. 지역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현역 의원을 비롯해 총선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노원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획정위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노원갑 공천이 확정된 고용진 의원은 “이번 발표는 법과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지켜야 할 획정위가 기본 원칙도 지키지 못한 졸속 안”이라고 비판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남 선거구는 그대로 둔 채 노원만 조정했다는 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우원식 의원도 “정치적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며 여야가 이제라도 합리적 기준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반발했다. 통합 지역으로 분류된 김명연(안산 단원갑)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주기 위해 안산 시민을 희생시킨 ‘반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비난했다. 획정위 안건을 보고 받은 문희상 의장도 “개정 공직선거법상 농어촌 및 산간 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강원에서 6개 시ㆍ군이 묶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획정위는 2014년 지역구간 편차가 2배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과 원칙을 지켜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또 일각에선 통상 여야간 합의에 기반해 국회가 획정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획정위가 나선 만큼 국회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상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분구ㆍ통합지역, 지역구 내 관할 구역 편입 여부 등 여야의 의견을 취합한 뒤 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획정위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 일정상 통과된 획정안을 토대로 6일까지 재외선거인 명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획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획정안은 미세조정을 통해 5일 이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에 제출된 획정위안은 행정안정위원회의 법률 검토를 거치는데, 행안위는 획정위에 한 차례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25조1항) 상 ‘획정안이 인구비율 등 기준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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