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년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감소폭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저물가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보다 크게 둔화한 데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 달러화 기준 3만2,047달러로 2018년 대비 4.1% 감소했다. 2015년(-1.94%) 이후 4년만에 감소한 것으로 국제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10.4%)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98년(-0.9%) 이후 가장 저조한 1.1%로 추락한 데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실질성장률은 2.0%를 기록했지만 저물가 상황이 지속돼 명목 성장률이 실질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제 전반의 물가를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0.9% 하락해 1999년(-1.2%) 이후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박성빈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세계 경기가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악화하면서 수출이 주춤했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설비ㆍ건설투자가 조정국면을 맞이한 것이 명목GDP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국민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원화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3,735만6,000원으로 2018년 대비 1.5%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연간 5.9%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달러화 표시 1인당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에 걸리는 시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경제가 작년 말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다 코로나19 확산이란 악재에 직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한국의 민간소득은 국제적 수출입 제품 가격과 환율 등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된다”며 “코로나 확산이 일시적 충격이 그친다면 추세적인 성장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