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다른 대학에 물어보면 안될까요?”
3일 대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계획을 막힘 없이 대답하던 서울 4년제 사립대 관계자 A씨가 ‘대면 수업이 줄어든 만큼의 등록금 반환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인 반응이다. 대신 그는 대학들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졸업식 같은 각종 행사를 취소했고, 수억 원을 들여 온라인 수업을 만드는 현실을 강조했다. A씨는 “중국인 유학생 자가격리 현황파악 때문에 행정직원 대다수는 수주 째 야근이 일상”이라며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데 등록금 인하 문제를 놓고 대학이 비판 받으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될 때까지 각 대학에 재택수업을 권고하면서 대학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온라인수업 기간이 연장되면서 수천 개 강의 동영상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데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지역 출신 학생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개강 후에도 기한 없이 대면수업을 못하게 된 학생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앞서 ‘개강 1주일 연기ㆍ개강 후 2주 전과목 온라인 수업’을 공지한 성균관대는 정부의 권고 직후 온라인 강의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학내 서신에서 “강의실 수업은 4월 6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대도 개강 후 4주간 모든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 개강 후 2주간 원격수업을 계획한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이번 주말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지켜본 후 온라인 강의 연장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도 대학들의 고민거리다. 확산 방지를 위해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놓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여당 수석 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 파문도 한몫 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 B씨는 “특정 지역 학생을 따로 관리하는 게 민감한 사안 아니냐”며 “대구ㆍ경북 출신 학생 관리 대책은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 C씨는 “중국에서 오는 학생의 경우 법무부에서 입출국 기록이라도 받는데, 방학 동안 누가 대구ㆍ경북을 다녀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며 유학생 관리와는 차원이 다른 실질적인 한계를 토로했다.
등록금을 둘러싼 학생 반발이 커지고 있는 점은 대학들에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교육부의 무기한 대학 재택수업 권고가 발표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문’은 3일 오후 4시 기준 동의수 3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기구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전국 대학생 1만2,613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4.2%가 개강연기, 원격수업 대체 기간 중 등록금 반환에 동의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정부, 대학의 안전을 위한 조치에는 공감하지만 학사일정 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61%”라면서 “이제라도 대학 수업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학교, 교수, 학생들이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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