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혼자 있게 되니까 집에서 돌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입생 중에서는 돌봄 신청자가 한 명도 없거든요.”
서울에서 5세 아이를 키우는 이모(40)씨는 최근 입학 예정 유치원에 긴급돌봄 신청을 문의했다가 유치원 교사의 이 같은 안내에 신청을 포기했다. 이씨는 “설명을 듣고 보니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았다”며 “신입생 60명 중에 긴급돌봄 이용자가 한 명도 없다는데 어떻게 보내겠냐”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 개학일이 9일에서 23일로 또 다시 미뤄지면서, 자녀 돌봄 공백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신입생 학부모들과 연령과 관계 없이 돌봄 수요가 높은 특수학교 학부모들은 정부가 내놓은 돌봄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 과천의 학부모 장모(40)씨도 예비 초등학생인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낼 수 있었지만, 보내지 않았다. 장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환경은 완전히 다른데, 입학도 안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애를 보낸다는 게 쉽지 않다”며 “직장 분위기상 가족돌봄휴가를 며칠씩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부모님께 아이를 3주 동안 더 맡기는 방법을 택했다.
교육부는 특수학교에 한해 학생 연령과 관계 없이 긴급돌봄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특수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만 운영하는 등 자격 조건을 두고 있다. 임은영 부산시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회장은 “저희 애는 16세지만 돌봄이 꼭 필요한데 지금은 학교도, 치료실도, 복지관도, 수영장도 못 가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아들의 경우, 단체생활로 인한 감염 우려에 대한 걱정으로 돌봄교실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이 많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장애 아이들이 면역력도 떨어지는데 만약 걸리면 건강한 20대, 30대 같이 이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긴급돌봄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긴급돌봄은 이외에도 짧은 이용 시간 등의 이유로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가운데 긴급돌봄을 신청한 비율(지난달 28일 기준)은 1.8%에 불과하다. 일단 신청만 하고 결석한 학생도 절반에 달한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긴급돌봄을 신청한 서울 초등학생은 전체(41만6,176명)의 3.1%(1만2,776명)였고, 돌봄교실 운영 첫 날인 지난 2일 실제 등교한 학생은 신청자의 43.8%인 5,601명에 불과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교실 교사가 오전, 오후로 계속 바뀌는 등 아이 입장에서 굉장히 낯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학부모도 돌봄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다”며 “결국 부모가 무리해서라도 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돌봄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긴급돌봄은 초등학교 고학년, 특수학교 학생 같은 경우에는 케어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기업에 재택근무 활성화를 독려하는 등 부모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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