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구매 제한 메커니즘 마련”… 대통령 주문에 급조한 티 역력
“대중 접촉 직업인은 KF80 이상”앞선 마스크 사용 권고 뒤집기도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최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보급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지만, 제대로 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대책 대부분이 ‘검토하겠다’거나 ‘마련하겠다’는 내용만 되풀이하면서 부랴부랴 만든 티가 역력했고, 앞서 내놓은 사용 권고를 뒤집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중복 구매를 제한하는 매커니즘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은 많이 구입하고, 어떤 사람은 여러 차례 줄을 서도 못 구하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사는 등 불평등한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밝힌 뒤 나온 방안이다. 마스크 대란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1월말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안 마련이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데다가, 나온 대책마저도 ‘마련 중’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 처장이 “생산물량 중 공적판매처에 제공하는 비율을 현재 50%에서 상향시킨다는 방침”이라면서도 “그 비율을 몇 %까지 늘릴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한 부분도 부랴부랴 계획을 마련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마스크 사용 지침과 관련해서는 오락가락 하는 모습이었다. 식약처는 이날 “동일인에 한해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마스크 사용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마스크 착용 및 호흡에 따라 수분이 발생하고 필터가 오염돼 기능이 저하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선회한 것이다.
식약처는 또 건강한 사람이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에는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직업군 종사자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이 역시 앞서 ‘KF94 이상이어야 감염이 차단된다’는 식약처 입장이 바뀐 것으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처장은 “이번 권고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와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치 않는 현 상황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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