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조희대 대법관이 3일 퇴임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조 대법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의 퇴임식을 치르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대신 오전 10시 대법원 대접견실에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한 시간여 정도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주 출신의 조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임명됐다. 법관들 사이에선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해왔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대법관이라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상고심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2017년 청와대 내 캐비닛에서 발견된 이명박ㆍ박근혜정부 시절 문건 사본을 특검에 제출했는데, 조 대법관은 “이러한 행위를 허용하면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도 “삼성 측이 최씨 모녀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는 뇌물이 아니다”며 소수의견을 냈다.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씨 측에 있었다고 본 다수의견과 달리, 삼성에 있다고 본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본 사건에도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한다며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 사건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관의 후임인 노태악 대법관은 4일 취임할 예정이며, 마찬가지로 취임식은 생략한 채 김 대법원장 등과 가볍게 인사만 나눌 예정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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