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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세계 중앙은행 ‘공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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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세계 중앙은행 ‘공조’ 통할까

입력
2020.03.04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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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세계 경제를 덮칠 조짐을 보이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당장 3일 호주를 비롯해 동시다발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자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지원 사격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에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이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잇따르는 경기부양 신호등

3일 금융권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을 시작으로 2일 일본은행과 영국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과 통화 안정을 위해 대응할 것”이라는 특별 성명을 잇따라 내놨다. 또 호주중앙은행은 3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0%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신호등이 켜지자, 지난 한 주간 하락세를 이어 가던 뉴욕 증시는 2일 크게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9% 폭등하며 일일 기준 사상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도 각각 4.6%, 4.49% 올랐다.

그간 중앙은행들은 대체로 코로나19의 경제적인 여파를 데이터로 확인해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급변한 것은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요동친 데 따른 결과다.

경제 충격에 대응해 국제 공조를 논의하는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화상회의에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게 된 것도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G7은 이날 화상회의 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감안해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하방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엇갈리는 주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로런스 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모든 국가가 공조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실시해 효과적인 경기 부양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의장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지난주 연준과 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중국 인민은행 등이 서둘러 공조된 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움직이면 불필요한 고통만 늘어날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유발한 보건의 위기와 공포심이 유동성 공급에 쉽게 반응하는 금융부문이 아닌 경제활동 자체를 발목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금 접근성을 늘린다고 경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중앙은행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소비심리가 회복되려면 결국 질병 확산이 제한되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미 크게 낮아져 있는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2일 연설에서 “코로나 영향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섣불리 과도하게 반응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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