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 배분 중 새치기도…”인터넷 못하는 노인은 몸으로 때워야 하나”
“새벽 3시50분에 와서 7시간 만에 마스크 5장 겨우 샀심더(샀습니다). 몸살 날 것 같아예(같아요).”
대구지역 우체국마다 시민들이 새벽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면서 구매전쟁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청년들은 인터넷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노인들은 몸으로 때우길 반복하고 있고,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는 동안 새치기를 하는 몰상식도 목격되고 있다.
3일 마스크 판매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 대구 북구 고성우체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이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체국 정문부터 시작된 줄은 S자로 우체국 뒤편 공간까지 이어졌다.
우체국 직원이 285번까지 번호표를 나눠준 후 “나머지 분들은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1인당 50개씩 살 수 있다”고 공지하자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처음부터 적정선까지 이야기하고 끊으면 되는데 1시간 반씩 기다리게 할 건 뭐냐”,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사고 노인들만 새벽부터 줄을 선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1번 번호표를 받은 80대 노인은 “새벽 3시50분부터 줄을 섰다”며 마스크를 사 갔다. 280번 번호표를 뽑은 시민은 “이런 식으로 나눠주는 것은 정말 주먹구구식”이라며 “번호표를 나눠주기 전에는 250명 밖에 없었는데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하자 새치기 때문에 갑자기 앞에 선 이들이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대구우체국은 그나마 상황이 덜했다. 오전 10시20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앞에는 60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구우체국은 대구에서 가장 많은 수량을 판매했다. 780명에게 각 5장씩 판매했다. 줄을 선 이들인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한 시민은 “아파트처럼 동장이나 관리사무소에서 나눠주거나 판매를 위탁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노인들이 이렇게 몇 시간씩 서다 되려 신종 코로나에 걸리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구시는 3일 하루동안 마스크 120만장을 우체국과 농협, 약국 등을 통해 시중에 배포했다.
대구=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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