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된 지 한달 만에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나마 기대했던 내국인 관광객들도 신종 코로나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반토막 나면서 제주관광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3일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제주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지난 2월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58만8,649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만4,019명에 비해 44.7%나 줄었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 수는 2만5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2,790명)과 비교해 81.8%나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은 1,8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8,126명)에 비해 97.3%나 줄었다. 이 기간 동안 1일 평균 중국인 관광객 수는 66.7명으로, 지난해 2,956명와 비교하면 2.3%에 그치는 등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신종 코로나가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마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내국인 관광객 수는 56만8,066명으로, 지난해 95만1,229명에 비해 40.3%나 줄어들면서 제주관광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제주 무사증 입국 중단 이후 제주와 중국 본토를 잇는 18개 직항 항공노선은 지난달 17일 전면 중단됐다. 다만 중국 민영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이 지난달 27일 제주-중국 상하이 노선 운항을 한시적으로 재개했다. 이는 무사증 중단 이전 제주에 입국한 후 30일 체류기간이 만료된 중국인 관광객들과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일감 부족 등으로 자진 출국하려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등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항공수요가 일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좌석인 꽉 찼던 제주 기점 국내선 항공노선도 탑승객이 크게 줄어 일부는 중단되거나 감편 운항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제주 방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도내 여행사, 숙박업소, 전세버스ㆍ렌터카업체 등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 시내면세점과 음식점, 관광지 등에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내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70~80%까지 떨어지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그나마 지난주까지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부 방문했지만, 국내 신종 코로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마저도 크게 줄어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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