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소읍탐방]강원 태백시…한강ㆍ낙동강ㆍ오십천의 시원
지난달 28일 풍력발전기 아래 고랭지 채소밭이 조성된 태백 바람의 언덕이 설국으로 변했다. 매봉산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태백=최흥수 기자

정선 고한읍에서 태백 시내로 연결되는 두문동재터널을 지나면 ‘산소도시 태백’이라는 알림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해발 630m에 자리 잡은 도심을 1,300~1,500m에 이르는 고봉이 감싸고 있으니 공기 좋은 곳이라 자랑하는 건 당연하다. 고산 도시 태백은 물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삼척을 거쳐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이 시작되는 곳도 태백이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연못은 시내 한가운데에 있다. 상지ㆍ중지ㆍ하지로 구분된 3개 연못에서 하루 5,000톤의 물이 솟아난다. 주변은 도심 속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황지(黃池)’라 쓴 대형 표지석을 중심으로 아담하게 꾸몄는데, 상지 연못 안의 ‘똥바가지ㆍ쌀바가지’ 조형물은 황지 연못에 얽힌 전설 속 상징이다.

황지 연못의 ‘똥바가지ㆍ쌀바가지’ 조형물. 황지 연못에 얽힌 설화를 형상화했다.
태백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황지 연못. 세 개의 연못에서 하루 5,000톤의 물이 솟는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 했거늘… 황지 연못 공원에 아이를 업은 여인상이 세워져 있다.

연못이 있는 자리는 옛날 황씨 성을 지닌 부자의 집터였단다. 심술 많은 황씨가 어느 날 탁발하는 노승에게 음식이 아니라 쇠똥을 퍼주었다. 놀란 며느리가 대신 사죄하고 쌀 한 바가지를 시주한다. 스님은 며느리에게 이 집에 큰 변고가 있을 것이니 살려거든 자신을 따라 나서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며느리가 도계읍 구사리 산등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황씨의 집은 땅밑으로 꺼지고, 그 자리에 큰 연못이 생겼다. 며느리의 운명은 예상하는 대로다. 뒤돌아보는 순간 돌로 변했고, 아기 업은 며느리 석상이 중지 옆에 서 있다.

연못 안 바가지는 심심풀이 동전 던지기용으로 이용된다. 똥바가지에 넣으면 액운을 쫓아내고, 쌀바가지에 넣으면 행운이 온다니 어떻게든 남는 장사다. 이렇게 모은 동전은 향토 장학금으로 쓴다. 여행객 입장에서도 ‘꿩 먹고 알 먹고’다.

한강 발월지인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는 약 1km 숲 속 산책로다.
금대봉 기슭 여러 샘물이 지하로 스몄다가 다시 용출하는 검룡소
검룡소에서 솟은 물이 용트림하듯 작은 물웅덩이를 형성하며 흐르고 있다.
검룡소 물은 항상 9도 정도를 유지해 한겨울에도 주변 바위에 푸른 이끼가 자란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는 황지에서 약 15km 떨어진 대덕산 자락 금대봉골에 있다. 검룡소는 1987년 국립지리원의 실측 결과 514km 한강의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둘레 20여m의 검룡소에서 석회 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하루 2,000~3,000톤가량 용출한다.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지하로 스며든 물이 이 지점에서 다시 솟아나는 형식이다.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암반에 여러 개의 작은 물웅덩이를 형성하며 용트림하듯 구불구불 흐른다. 여기에도 전설이 빠지지 않는다. 용이 되고 싶은 서해의 이무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 검룡소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자국이라 한다. 물은 사계절 9도를 유지해 주변 암반에는 한겨울에도 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1km는 계곡을 따라 걷는 숲속 산책로다.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힘들지 않다. 일부 구간은 키 큰 잎갈나무가 터널을 이뤘고 걷는 내내 청아한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함께한다.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로 가다 보면 해발 920m 재를 넘게 되는데(현재는 바로 아래로 터널이 뚫려 있다), 이곳이 삼수령(三水嶺)이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 3개 물길이 갈라지는 분수령이라는 의미다. 동해 남해 서해로 흐르는 세 강줄기가 분리되는 꼭짓점이니 태백을 물의 시원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삼수령에는 음료를 파는 작은 휴게소가 있고, 기념 표지석과 정자를 세워 작은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삼수령 기념탑. 한강 낙동강 오십천을 상징한다.
삼수령에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는 도로 주변은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설경. 매봉산은 해발 1,300m로 봄에도 눈이 자주 내린다.

삼수령에서 약 1.5km 산길을 거슬러 오르면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다. 국내 2호 풍력발전단지로, 바람개비가 늘어선 능선 아래로 대규모 고랭지 배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뒤늦은 봄눈이 내려 배추밭이 새하얀 벌판으로 변해 있었다. 여름 배추가 출하되는 7~8월이면 푸른 배추밭과 대형 발전기가 어우러져 또 장관을 연출한다. 단, 도로가 좁아 본격적인 농사철에는 차로 올라갈 수 없고 삼수령에서 걸어야 한다. 길 양편으로 자작나무 숲이 빼곡해 운치를 더한다.

매봉산은 ‘하늘의 뜻을 간직한 봉우리’라는 의미에서 천의봉이라고도 부른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큰 산줄기인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이 뻗어나가는 지점이어서 거창한 이름을 부여한 듯하다. 달리 말하면 매봉산과 삼수령은 산이 모이고 물이 갈라지는 곳이다.

태백=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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