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도 ‘강남스타일’ 노래 때문 강남 모르는 사람 없어”
4ㆍ15 총선 서울 강남갑의 미래통합당 후보로 당 공천을 받은 태영호 전 주 영국주재 북한대사가 3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탈북자인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학력증명서 등을 발급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 결국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는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으로 출마한다. 선거운동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알 수 있도록 ‘태구민(태영호)’가 새겨진 옷을 입고 뛸 예정이다.
이날 오전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태 공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후보 등록서류를 마련하기까지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당국의 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저는 태영호라는 이름을 태구민으로 개명하면서, 저의 학력 역시 수정해 주무부처에 등록했고 병적도 북한 출신이기에 기록돼 있지 않다”며 “다행히 병적은 병무청의 신속한 협조로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그러나 학력의 경우 통일부, 교육부 등을 거쳐 확인공문을 받는 과정이 복잡해 결국 오늘 예비후보 등록에는 학력증명서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 날까지 학력증명서를 발급 받는 것이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에게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하는 과정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출신 최초의 지역구 후보자로서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의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경험”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민여러분이 겪고 계신 어려움을 생각하면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그가 강남갑 지역구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그것도 자유시장경제를 상징하는 지역에서 북한 출신의 후보가 잘 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도 ‘강남스타일’ 노래를 통해 강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남은 대한민국의 핵심 지역이며, 경제 성장과 풍요를 상징하는 지역”이라며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그토록 다음세대에 물려주고 싶었던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는 사회, 우리 강남이 그 상징적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제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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