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발열 증세인데도 경찰차로 가족에 인계
고속도로 톨게이트, 신분증 검사도 안 하고 통과
베이징시, 검문 느슨… 아파트서는 체온 측정 無
중앙정법위 합동 조사, 사건 연루자 16명 처벌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도소를 출소한 뒤 베이징으로 무사히 돌아온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후베이성 교정당국과 고속도로 검문, 베이징시 방역망의 허술함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2일 중국 중앙정법위, 최고인민검찰, 공안부 합동 수사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황모(61)씨는 2014년 2월 횡령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우한 여자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두 번의 감형을 거쳐 지난달 17일 형기를 마쳤다.
황씨는 출소 과정에서 발열 증세가 확인됐다. 이에 13차례 체온을 쟀고, 18일과 19일에는 37.3도까지 올랐다. 규정에 따라 교도소는 한 시간 이내에 상부기관에 보고해야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황씨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수 차례 교도소 간부를 찾아갔고, 이에 간부는 딸과 연락해 황씨를 데려가라고 통보했다. 14일간 격리관찰 의무도 어긴 것이다.
22일 새벽 황씨의 딸과 전남편이 차를 끌고 우한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마중 나왔다. 교도관은 경찰차에 황씨를 태워 가족에게 넘겼다. 차로당 두 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마침 톨게이트 직원 한 명이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남아있던 다른 직원은 체온만 재고 황씨와 가족의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았다. 체온은 정상이었다.
황씨를 태운 차량은 집이 있는 베이징 둥청구로 향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경우 검문이 강화된 터라 걱정이 앞섰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총 270만대의 차량과 447만명의 인원을 검문할 정도로 막강한 방역망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에 황씨 가족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민원 담당자는 “우한에서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했으면 베이징으로 들어가는데 문제 없다”고 답했다. 도시를 봉쇄한 우한에 총력을 쏟다 보니 베이징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진입로는 검문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것이다. 실제 이들이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시 경계에서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마지막 남은 관문은 황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였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통과했다. 미리 등록된 차량으로 단지 안에 들어가는 경우 별도로 체온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씨는 우한에서 베이징까지 600㎞ 거리를 일사천리로 달려왔다.
황씨는 24일 고열 증세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씨가 우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보건 당국은 황급히 가족을 비롯한 접촉자를 격리하고 황씨의 상태를 주시했다. 수도 베이징의 방역망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중국 사법당국은 26일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우한 교도소장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연루되거나 임무를 소홀히 한 16명을 문책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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