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경영자’로 불렸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별세했다. 85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웰치 전 회장이 신부전을 앓다가 전날 집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1935년 미 매사추세츠주(州)에서 태어난 고인은 에머스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1960년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직후 화학 엔지니어로 GE에 첫발을 들인 뒤 1972년 부사장, 7년 뒤에는 부회장까지 출세 길을 걸었다. 1981년엔 46세 나이에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에 취임한 후 2001년까지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의 재임 기간 GE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취임 당시 140억달러에 불과했던 GE의 시가총액은 4,000억달러(약 477조6,000억원)로 28.6배 급증했다.
웰치는 ‘불도저 경영’ 방식으로 유명하다.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과 공격적 인수ㆍ합병(M&A)으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실적 하위 10%인 직원을 모두 해고했고, 성과가 미진한 임원도 가차 없이 내보냈다. 이런 대규모 감원 탓에 ‘중성자탄 잭’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도시를 파괴하지 않고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 폭탄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회장 취임 후 단 5년 만에 인력을 41만1,000명에서 29만9,000명까지 줄였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또 은퇴 전까지 무려 1,700여건에 달하는 기업 M& A를 성사시켰다. ‘식스 시그마’로 대표되는 경영프로세스 개선 역시 그의 장기였다. 업무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료주의 문화를 없애는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991년 미 경제지 포춘은 웰치의 탁월한 경영 수완을 인정하면서 그를 ‘세기의 경영자’로 칭했다.
웰치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생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 교분을 나눴다. 그는 과거 한 강연에서 “한국의 리더십하면 정주영 회장이 떠오른다. 그와 의견이 엇갈려 팔씨름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NYT는 “미국의 기업가정신을 정립시킨 것이 웰치의 가장 큰 유산”이라며 “그는 ‘화이트칼라’ 혁명가였다”고 평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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