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매일 수백 명씩 쏟아지면서 이들과 접촉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방역구멍’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집을 무단이탈하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면서 추가 감염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2일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4,300명을 넘어서면서 접촉자, 의심환자 등 자가격리자 규모 역시 덩달아 늘고 있다. 의심환자(이날 0시 기준)만 해도 전날 오후 4시보다 1만194명 급증했다. 누적 의심환자 수(10만5,379명)를 고려하면 하루 만에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접촉자까지 더한 자가격리자는 전국에서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가격리는 감염병 노출 후 잠복기 동안 이동을 제한하고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공간에 있도록 한 방역 조치다. 유증상기인 환자와 2m 안에서 접촉했거나 폐쇄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 한 확진환자와 같이 있었다면 자가격리자가 된다. 의사 판단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도 그 대상이다. 보건소장이 자가격리 통지서를 발부하면 자가격리자는 유증상자를 마지막으로 접촉한 14일 동안 집에 머물러야 한다. 보건소에선 하루 1회 이상 자가격리자에게 전화 연락해 발열ㆍ기침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불시 방문도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외출할 수 있다.
확진환자가 3,000명을 넘어선 대구만 해도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는 1,00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언제 생활치료센터 등에 입소할지 불분명해 여러 이유로 무단이탈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5일 자가격리 중이던 대구 달서구청 직원 A씨는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무단으로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지 하루 만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를 다녀와 자가격리 중이던 B씨는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탄 뒤 “자가격리자인데 답답해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가 택시기사의 신고로 들통 났다.
이처럼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자 정부ㆍ국회는 자가격리 조치 위반 처벌 수위를 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무단이탈이 적발되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어 이마저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 자가격리자 관리가 사실상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가격리자들의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오종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일어나며 전국적 확산 단계에 들어선 만큼 지역사회 전파를 막으려면 자가격리자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무단이탈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원책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앞서 정부는 보건소에서 발부한 격리통지서를 받아 방역당국의 조치를 충실히 이행한 경우 14일 이상 격리시 4인 가구 기준 123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14일 미만인 경우 일할 계산해 보조한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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