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문 연 중앙교육연수원 정원은 160명에 불과
전문가들 “전국 확산 막기 역부족… 체육관 등서 대량 격리해야”
정부가 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를 병원 외 시설로 옮겨 격리 치료키로 하는 내용의 피해 최소화 전략(완화전략)을 도입했지만, 병상이 부족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대구 현장에선 별다른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당장 이들 경증환자를 격리할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뒤늦게 정부가 생활치료센터 지정에 나서면서 경증환자를 위한 충분한 생활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2일 오전 9시 기준 대구에서만 확진환자의 65%(2,031명)가 입원 병실을 구하지 못해 자가격리 중인 가운데 이날 국내에서 처음으로 운영을 시작한 ‘대구1 생활치료센터’의 수용 가능 경증환자 정원은 160명뿐이다. 여기에 환자관리반의 환자 중증도 분류 작업이 늦어지면서 피해 최소화 전략의 핵심목표인 중증환자를 위한 입원병실 확보마저 지체되고 있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구의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이 ‘대구1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된다.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환자관리반이 ‘증상 경미’로 판단해 병원 입원치료가 필요 없다고 분류한 환자 160명이 순차적으로 이곳에 입소할 계획이다. 치료센터에는 경북대병원 의사 등을 포함한 의료진 17명이 배치돼 환자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곳의 경증환자들은 매일 두 차례 체온과 호흡기 증상을 스스로 점검한다. 건강상태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의료진의 중증도 판단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다.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도 증상이 호전되면 우선 퇴원하고, 주치의와 환자관리반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져 생활하거나 또는 집에서 일정기간 자가격리 상태로 지내게 된다. 이후 더 이상 바이러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판정을 받으면 생활치료센터를 퇴소하게 된다.
문제는 이날까지 정부가 확보한 생활치료센터가 모두 3곳뿐이란 점이다. 경북 영덕군의 삼성인력개발원(203실)과 경북 문경시의 서울대병원 인재원(100실)은 이번 주 안으로 개원할 예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설 명을 공개하지 않고 밝힌 후보시설까지 합쳐도 4개 시설에 710명만 입소할 수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환자가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돼 장기간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유사시 병원 이송도 용이한 시설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설 선정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현재는 환자를 치료센터 내 1인 1실에 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인실에 배정할 가능성도 있다. 김강립 중안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현재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의 경우, 입원이나 치료센터 입소까지 대기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환자 중증도 분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2,000여명의 확진환자가 자가격리 중인 상황이다. 현재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해 경증이면 치료센터로 보내는 작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먼저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의료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완화전략으로의 방역전략 전환이 늦은 만큼 시행 속도라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1, 2주 이내에 전국적 바이러스 확산세를 꺾으려면 체육관이나 전시장에 침상을 가져다 놓고 2,000여명씩 대량으로 격리해야 한다”면서 “환자 분류도 일일이 찾아가 맥박이나 의식을 점검하기보다 80세 이상 우선 입원하는 식으로 절차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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