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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직후 골프채 휘두른 소년, 마침내 PGA투어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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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직후 골프채 휘두른 소년, 마침내 PGA투어 ‘접수’

입력
2020.03.02 16:17
수정
2020.03.02 17: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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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가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투어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샘 그린우드ㆍ스포티즌 제공
임성재가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투어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샘 그린우드ㆍ스포티즌 제공

임성재(22ㆍCJ대한통운)가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세계 정상급 골퍼들도 고개를 젓는 악명 높은 골프코스 ‘베어 트랩(Bear trapㆍ곰의 덫)’을 입맛대로 요리하며 자신의 50번째 PGA 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8~19 시즌 우승 한 번 없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임성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도 큰 위안이 됐다.

임성재는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투어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ㆍ7,125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이날 공동 5위에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5번홀까지 무려 5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고, 난코스로 유명한 15~17번홀 ‘베어 트랩’에서 승부를 걸었다.

베어 트랩은 ‘황금 곰’으로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가 1990년 이 골프장을 재설계할 당시 15~17번홀 난이도를 크게 높인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대회마다 베어 트랩에서 우승 향방이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우승경쟁을 펼친 선수들 가운데 임성재만큼 베어 트랩을 완벽히 피해 간 선수는 없었다.

임성재는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2m에 붙이고 버디를 잡아 매켄지 휴스(30ㆍ캐나다)와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16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는 위기를 맞았지만 파로 잘 막아냈고, 경쟁자 휴스는 같은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임성재는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휴스가 17번 홀(파3)에서 약 16.5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추격했지만, 임성재도 17번 홀 2m 버디 퍼트를 넣어 단독선두를 지키며 홀 아웃 했다.

이후 토미 플릿우드(29ㆍ잉글랜드)가 17번 홀에서 약 7.5m 버디를 넣으면서 1타 차로 쫓아왔지만,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우승은 임성재 몫이 됐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남은 경기를 지켜보던 임성재는 우승이 확정되자 비로소 ‘임시 캐디’ 앨빈 최(27)와 기쁨을 나눴다. 3년 전 2부 투어에서 임성재와 함께 뛴 프로골퍼 앨빈 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임성재의 부탁을 받아 캐디 가방을 멨다. 캐디 역할은 물론 통역까지 맡아 ‘특급도우미’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로써 한국인으로선 7번째 PGA 투어 우승자가 된 임성재는 126만 달러(약 15억2,000만원)의 상금을 쌓으며 시즌 상금왕 3위(322만468달러)로 뛰어올랐다. 페덱스컵 포인트도 1,268점으로 저스틴 토마스(1,403점)에 이은 2위가 됐다. 올해 초 목표 삼았던 우승이란 과제를 일찌감치 이뤄내면서, 4월 마스터스와 7월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높였다. 걸음마 직후부터 부친 임지택(55)씨의 골프 스윙을 곧잘 따라 하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불렸다는 임성재는 한국 선수 가운데 7번째 PGA 투어 우승자가 되면서 한국 골프 거목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임성재는 경기 후 PGA 투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로서 한국인 모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15번홀 시작 때 1타 차로 뒤지고 있어서 ‘공격적으로 쳐 보자’고 했는데 페이드 샷이 잘 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앞서 몇 차례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렇게 우승을 빨리 하게 돼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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