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이동거리 113만㎞. 둘레가 약 4만㎞인 지구를 28바퀴 돈 것과 맞먹는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 약 38만㎞의 3배에 달한다. SPC그룹의 ‘행복한 빵 나눔차’가 지난 7년여 동안 달려온 거리다.
2012년 7월 1호차를 시작으로 현재 3호차까지 운행하고 있는 이 특별한 트럭은 새벽에 구운 신선하고 맛있는 빵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행복한 빵 나눔차가 주로 찾아가는 곳은 아동복지시설이다. 지난해까지 전국 2만491개 아동복지지설에 180만여개의 빵을 실어 날랐다.
지난해 11월 충남 서산과 당진으로 행복한 빵 나눔차를 운행한 SPC의 배송기사 조정훈씨는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파특보가 발령될 만큼 유난히 추웠던 날이라 나눔차에 싣고 간 빵을 8곳의 지역아동센터에 내릴 때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배송을 마치고 센터를 나서려는데, 선생님이 고맙게 잘 먹겠다고 직접 배웅까지 해주신 덕분에 추위가 녹는 것 같았다”고 조씨는 회상했다.
행복한 빵 나눔차는 아동복지시설뿐 아니라 긴급 구호가 필요한 곳에도 달려간다. 지진, 여름철 태풍과 수해, 겨울철 폭설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이재민들과 피해 복구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찾아가 빵과 물을 전달했다. 세월호 구조 현장,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격리 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방방곡곡 어려운 이웃을 향하는 SPC의 ‘행복한 나눔’ 활동은 생일파티로도 확대됐다. 2012년 8월부터 매월 지역아동센터 100곳을 선정해 생일 케이크와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 한 곳에는 파티시에와 임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케이크 만들기 교실과 깜짝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 살구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된 케이크 만들기 교실에 다녀온 이성호 파티시에(파리바게뜨 서울남부파트장)는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티시에라는 직업을 통해 이렇게 뜻 깊은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올 1월까지 SPC가 전국 7,886개 기관에 지원한 생일 케이크가 2만2,4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부터는 지역별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지역아동센터가 1대 1 결연을 맺고 매월 정기적으로 케이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현재 125개 가맹점이 결연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SPC그룹의 나눔 활동은 제과제빵 전문기업이라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빵과 간식을 생산하는 업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기획하고 실천함으로써 기업의 사명인 나눔과 상생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SPC는 2012년 9월 장애인 지원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직원들이 운영하는 ‘행복한 베이커리 앤(&) 카페’를 출범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기업이 협력해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는 사회공헌 활동 모델이다. 서울시는 행정을 지원하고,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채용과 카페 운영을 맡는 식이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가 빵을 생산하고, SPC는 설비와 자금 지원, 제빵 교육과 기술 전수,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담당한다.
서울 종로 푸르메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최근 인천국제공항 스윗에어 8호점까지 총 8개의 행복한 베이커리 & 카페가 생겼고, 이들 매장에서 장애인 바리스타 26명이 일하고 있다.
SPC는 상생 경영 철학에 따라 젊은이들의 꿈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계열사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중 매 학기 100명을 선발해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2012년 상반기부터 총 1,528명에게 이렇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그룹 공개채용 인원의 10%를 아르바이트생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선 해마다 파티시에 대회를 연다. 전국에서 인터넷 예선을 거친 20여개 팀이 서울 동작구 SPC그룹 미래창조원에 모여 각자 갈고 닦은 제과제빵 솜씨를 뽐내는 자리다. ‘어른들은 몰라요, 10대가 좋아하는 베이커리’라는 주제로 출품하는 게 이 대회만의 특별한 규칙이다. 8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안 160개팀 5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부터는 대회 참가 이후 제과제빵 분야의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SPC가 3년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SPC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해피포인트’를 활용해 고객들과 함께 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해피포인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올린 뒤 고객이 응원 댓글을 달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 기부하는 것이다. 고객들에게는 우리 주변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사연 대상인 이웃들에게는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있음을 알리자는 취지다. 올 1월까지 일반 시민 3만5,000여명의 응원을 받아 SPC는 복지 사각지대 27가정(77명)에 총 6,000여만원을 지원했다.
해피포인트는 방학 중 급식이 없어 결식이 우려되는 아동에게 식비로도 제공된다. 취약계층 아이들은 SPC의 6,500여개 매장에서 해피포인트를 활용해 자유롭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여름방학 시기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진행한 이 활동으로 SPC는 결식우려 아동 6,500여명에게 총 3억원 상당의 해피포인트를 지원했다.
SPC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이 평소 나눔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철학을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도 업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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