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아파트단지. 수원=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 때 아닌 ‘법인’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이 4만여호에 달했고, 새로 창업한 부동산 기업 수도 전년 보다 40% 넘게 늘었다. 정부 규제의 초점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 강화에 맞춰지자 법인을 통한 ‘우회로’가 주목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법인의 부동산 투자가 집값 상승의 배경이라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3만8,959호였다. 반면 개인이 법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7,432호 적은 3만1,527호에 그쳤다. 사상 처음으로 법인의 개인 소유 주택 구입이 판매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법인 수도 급증세다. 지난해 창업한 부동산 기업은 1만4,754개로 전년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의 부동산 매수가 늘어난 이유로는 세금 회피가 꼽힌다. 개인이 법인을 세워 주택을 간접 소유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율도 법인이 더 낮다. 예를 들어 개인이 1년 내 부동산을 팔 경우 50%의 양도세율이 적용되는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양도하면 최대 20%포인트까지 중과된다. 반면 법인은 같은 조건에서 세율 10~25%에 10%포인트가 중과될 뿐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 12억원인 2주택을 보유한 개인의 보유세는 약 1,909만원이었다. 반면 같은 주택을 개인과 법인 명의로 각각 1채씩 소유했다면, 보유세는 931만원이 줄어든 978만원 정도였다. 우 팀장은 “최근 설립된 부동산 법인 상당수가 조세 중과를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집만 사고파는 목적인 페이퍼컴퍼니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절세를 노린 법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집값 상승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나타난 ‘풍선 효과’가 집중된 경기 수원과 용인의 집값 상승도 법인이 주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경기 수원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구입한 주택은 284호로, 판매한 주택보다 175호 많았다. 용인시 또한 같은 기간 법인이 매수한 개인 주택이 141호로, 매도한 양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는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높아져 법인의 주택 거래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법인의 주택 구입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는 지난해 1~4월 대비 지난해 10월~올해 1월 법인의 개인 주택 매수가 9.7배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의 주택 매수 증가 현상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분석 중이다”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전산이 발달하고 인력도 확충된 상태라 정부가 페이퍼컴퍼니 등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엄밀히 따져보면 탈세 혐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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