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ㆍ영국 등서 입국 중국인 잇따라 확진 판정
“위험 지역서 중국으로 데려오는데 도움 줄 것”
광둥성 “한국발 승객 14일간 자비로 호텔 격리”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逆)유입을 막기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인 자국민 송환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란ㆍ이탈리아ㆍ한국 등 코로나19 확산 국가들에서 귀국한 중국인 중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제일재경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과 29일 베이징에 각각 도착한 중국인 남성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이란을 출발한 뒤 제3국을 거쳤다. 이들은 특히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상하이에 도착한 뒤 엿새 후 확진 판정을 받은 23세 중국인 남성과 지난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동창 모임을 가졌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입국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였다.
광둥성 선전에선 영국 런던을 출발해 홍콩을 경유한 중국인 남성이 1일 감염자로 확인됐다. 앞서 8일 연속 확진자가 없었던 선전은 방역망을 재정비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저장성 역시 이탈리아에서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중국인 남성 1명이 확진자로 판명난 뒤 방역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장쑤성에선 지난달 26일 동방항공편으로 인천에서 입국한 중국인 남성이 전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교 소식통은 “입국 과정에서 증세가 없었다가 뒤늦게 감염이 확인된 사례”라고 전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이란ㆍ이탈리아 등과 직항노선을 끊은 상태다. 한국과는 지난주 320편이던 항공편을 이번주에 276편으로, 일본 노선은 380편에서 263편으로 각각 줄였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 사례가 잇따르자 린웨이(林衛) 관세청장은 이날 “해외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중국의 증가세를 넘어선 만큼 출입국 통제를 더 엄격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광둥성은 이날부터 한국발(發) 입국자 전원을 14일간 지정호텔에 격리하면서 비용도 부담시켰다.
추이아이민(崔愛民) 외교부 영사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확산 국가들의 상황이 악화돼 현지 중국인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으로 데려오는 데 정부가 적극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경우에 따라 자국민 송환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10편의 항공기를 보내 자국인 1,314명의 입국을 지원한 바 있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연일 관영매체를 동원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환구시보는 “많은 국가에서 중국을 여행하지 않고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단정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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