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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지금이 우리의 국격을 보여줄 때다

입력
2020.03.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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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한국일보가 2016년부터 운영해온 베트남어 유튜브 채널 ‘K-TREND’에 악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채널은 한국일보가 베트남 유튜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고, 한류에 관심 많은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한국과 관련된 재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덕분에 인기가 많다. 베트남인 구독자는 3년만에 26만명을 넘어섰다. 이토록 베트남인의 사랑을 받아 온 유튜브 채널인데, 최근 악플이 봇물 터지듯 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파악에 나섰다.

살펴보니 최근 트위터에 전세계에서 급증하는 트윗 키워드를 보여주는 실시간 트렌드 창에도 ‘#ApologizeToVietNam(베트남에 사과하라)’, ‘#20KoreansStopLying(20명의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멈춰라)’ 등이 올라와 관심을 모았다. 주로 베트남인들이 트윗한 내용인데, 최근 베트남 다낭에서 코로나19로 격리된 한국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해시태그는 한때 트위터의 전 세계 실시간 트렌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은 이랬다. 지난 25일 한국의 한 언론사는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한국인 20명이 격리돼 있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구에서 출발해 다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관광객 20명이 베트남 보건당국 결정에 따라 갑자기 다낭의 한 열악한 병원에 격리조치 됐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저희는 지금 씻지도 못하고 있어요, 정말로. 여기 가만있다가 병 걸릴 것 같아요, 진짜로. 아침에 빵 조각 몇 개 주네요”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기사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베트남인들에게도 퍼졌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인의 언급이 무례한 태도라며 비판을 가했다.

특히 ‘빵 조각’이라는 단어에 베트남인들의 비판이 몰렸다. 보도를 통해 공개된 베트남이 제공했다는 ‘빵 조각’은 베트남 대표 음식인 ‘반미’(bánh mì)로 보인다. 반미는 베트남식 바게트(baguette)를 반으로 가르고 신선한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다. 베트남 사람들은 반미를 아침 대용으로 자주 먹고, 자부심도 크다. 반미는 ‘CNN 선정 톱(Top)10 스트리트 푸드’로 선정될 만큼 베트남 국민과 베트남을 방문하는 여행객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음식을 대접했는데, 그걸 ‘빵 조각’이라고 표현했으니 베트남인의 분노가 당연하다 이해된다. 격리시설도 베트남 현지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히 나쁘게만 볼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갑자기 격리된 한국 여행객은 황당할 수 있겠지만 베트남의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런 베트남의 제한 조치가 우리나라 국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폄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재호 한국일보 하노이 특파원은 기사에서 “베트남 정부의 강경책은 한국에 대한 기피가 아닌 베트남 내부의 열악한 의료 및 방역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며 “(베트남은)국가적 전염병 확산 시 이를 동시에 파악하고 대처할 방역 시스템 자체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서 무리하게라도 입국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한국은 위험한 상황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방문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많아 보이지만 이는 높은 진단 역량과 언론의 자유, 민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체제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국격은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어려움에 처한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 나온다. 최근 트위터 트렌드에 올랐던 인기 키워드는 ‘#힘내요_질병관리본부’였다. 지금이 진짜 국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강희경 영상콘텐츠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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