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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격리 두려웠지만 이제는 한국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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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격리 두려웠지만 이제는 한국이 더 걱정”

입력
2020.03.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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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中 공항 입국 첫 격리, 웨이하이 교민 인터뷰 

 한국 식단에 실내 운동기구, 큰 불편 없었다… 2일 오전 귀가 

 한인회 도움 감사, 한국보다 이곳이 더 안전하다는 게 씁쓸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하다 호텔에 격리된 한국발 승객(163명) 가운데 우리 교민 19명에게 제공된 식단. 교민제공.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하다 호텔에 격리된 한국발 승객(163명) 가운데 우리 교민 19명에게 제공된 식단. 교민제공.

“격리된다는 게 황당하고 두려웠지요. 하지만 이젠 날로 상황이 악화되는 한국이 더 걱정이라 씁쓸해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교민 A씨는 2일 오전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하다 격리된 지 일주일 만이다. 당시 A씨 등 한국인 19명을 비롯해 한국발 입국자 163명을 대상으로 중국이 첫 제한조치에 나서면서 이후 중국 각지 공항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웨이하이에서 무역업을 하는 A씨는 1일 전화통화에서 “일부 발열 증세를 보인 승객들의 검사결과가 늦게 나와 예정보다 귀가가 늦어졌다”면서 “하루 이틀은 동요하는 분도 있었지만 사흘째부터는 비교적 격리생활에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정부에서 매일 한국 식단을 제공하고 실내 운동기구까지 지원했다”며 “한인회와 교민사회가 중국 측과 원활하게 소통을 잘해줘서 생각보다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웨이하이는 청정지역을 선포했다는데 한국은 감염 위험이 고조되고 있어 이곳이 더 안전하다는 게 씁쓸하다”면서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 걱정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통화내용.

 _원래 지난달 28일 귀가 예정이었는데, 왜 2일로 미뤄졌나.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에 동승한 승객 170여명 가운데 5명이 발열증세를 보였다. 웨이하이시 방침은 5명 먼저 병원에 이송하고 격리해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파악한 뒤에 나머지 승객들을 상대로 추가 검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이다 보니까 검사 결과가 늦어져 28일에서야 이들 5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29일 타액을 채취해서 핵산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모양이다.”

 _격리기간 건강 체크는. 

“입국과정에서 체온과 발열검사를 받았다. 격리되면서부터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각자 체온을 측정해서 호텔 복도에 대기하고 있는 현지 의료진에게 알려줬다. 조금이라도 체온이 올라가면 별도로 병원으로 이송해서 추가 검사를 받는 방식이다. 다행히 격리된 한국인 19명 중에는 한 명도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원하는 사람들은 2일 귀가한다.”

 _공항 도착 당시 상황은. 

“지난달 25일 웨이하이 공항에 도착하니 제주항공지점장과 시 당국 의료기관 책임자가 기내에 들어와 시의 방침을 설명했다. 승객들은 우선적으로 호텔에 격리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다만 정부 방침에 승객들은 큰 반감 없이 일단 수긍했다. 공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 호텔로 이동했다.

 

 _격리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처음에는 너무나 황당하고, 무섭고, 두려워서 일부 교민들의 동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고 나서는 좀 달라졌다. 시 정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더라. 격리 첫날은 준비가 안돼 있어서인지 중국식 도시락을 줬는데, 사흘째부터는 매 끼니마다 김치, 불고기, 된장찌개를 넣어주고 과일도 매일 지급했다. 모두 시 정부 부담으로,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잘해줬다.”

 

 _다른 교민들 소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화방을 만들었다. 서로 응원하고, 며칠만 참으면 우리고 집에 간다고 격려했다. 한인회, 칭다오 총영사관 협력원과 수시로 연락했다. 필요한 물품도 제공받았다. 웨이하이 교민들도 많은 지원을 해줬다. 감사하다.”

 _호텔 생활은. 

“웨이하이시 원덩구에 있는 화탕티엔룬(華唐天潤)이라는 호텔에 묵었다. 우리가 격리되기 전에 장기간 호텔 영업을 중단한 듯했다. 당일에는 난방도 안돼서 추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흘째부터 난방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방안에만 있으니 활동량이 부족할 것이라며 시 정부 관계자가 필요한 것들을 방에 넣어주겠다며 실내 운동기구 5가지를 사진 찍어서 대화방에 올렸다. 나는 아령과 완력기를 받았다.”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하다 격리된 우리 교민 19명이 머물고 있는 호텔 내부. 이들 가운데 귀가 의사를 밝힌 16명은 일주일만인 2일 집으로 돌아간다. 교민제공.
지난달 25일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하다 격리된 우리 교민 19명이 머물고 있는 호텔 내부. 이들 가운데 귀가 의사를 밝힌 16명은 일주일만인 2일 집으로 돌아간다. 교민제공.

 _19명 모두 2일 귀가하나. 

“집에 갈지, 아니면 호텔에서 격리기간 14일을 모두 채울지 물어보더라. 3명이 남아있겠다고 했다. 한 명은 출장 차 왔는데 나가면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웨이하이 시내에 호텔 영업을 하지 않아 방을 구하기 어렵다. 다른 한 명은 귀가하면 원래 집에 있던 가족들도 다시 격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호텔에 남는다.”

 _어린 학생이 혼자 있다던데. 

“함께 격리시설에 들어온 중학생이다. 부모와 통화하면서 동요하지 않고 잘 지냈다. 원래 내일 함께 나가려고 했는데, 어차피 나가서도 집에 가면 추가로 일주일 격리해야 하니 부모가 호텔에서 심심하고 무료하겠지만 14일 격리기간 모두 채우고 귀가하라고 했다.”

 _중국이 한국발 입국자를 집단 격리한 첫 사례였는데.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쓴 것 같더라. 우리 이후 다른 시설에 추가로 격리되신 분들에게는 미안한 점도 있다. 기존에는 한인회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제공했는데 시 정부에서 삼가 하라고 협조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깥 소식은 전해 들었나. 

“호텔에 한국 공중파 방송이 나와서 국내 상황을 많이 지켜봤다. 한국에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세계 80여개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한국발 비행기가 회항하는 뉴스도 접했다. 중국은 발병률이 계속 감소하다 보니 이곳 정부에서도 한국 상황에 관심이 많다. 한국이 빨리 진정돼야 중국 당국도 이런 격리를 해제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 할 수 있을 것 같다.

 _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 많았을 텐데. 

“가족들이 처음에는 놀랐지만, 솔직히 지금은 이곳 상황이 한국보다 더 낫다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 어느 지역은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되고, 옆에 있는 누가 신천지 교인인지 누가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인지 모르니 한국이 더 걱정이다. 웨이하이시는 확진 환자가 하나도 없는 기간이 이미 14일이 지나 청정지역을 선포했다. 한국보다는 이곳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갇혀 지내는 건 답답하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큰 걱정이다.”

 _집에는 어떻게 돌아가나. 

“2일 오전에 나가면 격리돼 있던 승객들 거주지를 관리하는 정부 담당자들의 차량 편으로 교민들 각자의 주소지로 인솔해 간다고 한다. 이후 일주일간 자가격리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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