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대기 중에 사망 잇따르며 불안감… 감염 우려 커 외지 이주도 난감
온라인 서툰 부모님 대신 택배 주문 “당일배송 일찍 마감돼 클릭 전쟁”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모(32)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 걱정에 매일 마음을 졸이고 있다. 대구ㆍ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서비스 등이 마비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가급적이면 부모님을 서울로 모시고 싶지만, 혹시라도 모를 감염 가능성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박씨는 “대구 지역 식당 다수가 문을 닫아 아버지는 매일 도시락을 싸 들고 출근하고 계신다”며 “병상도 모자라는데 혹시나 부모님이 감염돼 큰 일이 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ㆍ경북 지역에 가족을 둔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대거 발생하는데도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더딘 탓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모자라 병원 밖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알려지면서 실제 ‘가족 탈출’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의 생업과 혹시나 모를 신종 코로나 전파 가능성 때문에 대구ㆍ경북 밖으로 가족을 데려 오기도 쉽지는 않다.
대구ㆍ경북에 가족을 둔 가정의 가장 큰 걱정은 확진 시 입원할 격리병동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부터 대구에서는 병상을 배정 받지 못해 자가격리 중인 환자 3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1일 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대구 확진자 2,705명 가운데 약 1,700명이 입원 대기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진희(36)씨는 “대구에 사는 아버지가 당뇨를 앓고 계셔서 정기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병원 가기 조차 두려워하신다”며 “사망자 다수가 기저질환이 있었던 터라 감염되면 빠른 치료가 절실한데 병상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까 근심이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ㆍ경북에 거주 중인 가족을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키려는 가정이 적지 않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역을 옮겼다가 확진 될 경우 동선에 따라 의심환자가 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구ㆍ경북에 다녀왔거나 이곳 주민과 접촉했을 경우 자가 격리하라는 방침을 둔 회사가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대전에 사는 A씨는 “육십 넘은 엄마 혼자 대구에 사시는데 모셔 오기도, 뵈러 가기도 어려워 매일 전화만 드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대구ㆍ경북에 사는 부모님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내용의 고민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대구ㆍ경북 지역 가족을 직접 돌볼 수 없는 가정에서는 매일같이 온라인 쇼핑으로 식량 등 생필품을 보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영등포구 이진희씨는 “바깥 생활을 자제 중인 부모님이 온라인 쇼핑하는 법을 잘 몰라 거의 매일 대신 주문해드리고 있다”며 “대구 지역으로의 당일 배송은 오전 중에 금세 마감되기 때문에 눈을 뜨자마자 주문하는 일이 습관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하늘 기자 ahn@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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