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4명 중 1명,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 안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집단 발병한 상황에서 체온이나 엑스레이(X-ray) 검사 등을 기준으로 한 방역당국의 경증ㆍ중증 환자 구분이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체온 등이 정상이어서 경증으로 분류한 환자도 갑자기 중증환자로 돌변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구분 기준과 원칙이 제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1일 오후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신종 코로나가 증상 초기나 진단 시점에서 경증 환자로 판단했으나 수일 후에 급격히 중증으로 진행, 지금까지의 중증도 분류는 이 병의 특성에 맞지 않는 척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가격리 중 사망한 13번째 사망환자(74ㆍ남)와 자택에서 검사결과를 기다리다 갑자기 호흡곤란에 따라 사망한 14번째 사망환자(70ㆍ여) 두 사례 모두 기저질환과 고령 등으로 입원치료가 우선이었으나, 적절한 중증도 분류에 따른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게 중앙임상위의 판단이다.
실제 현재 경증ㆍ중증 환자의 구분에 사용되는 체온과 영상 검사 결과의 한계는 분명했다.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확진환자 1,081명(경증 910명ㆍ중증 171명)을 대상으로 체온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 56%는 37.5도가 넘지 않는 정상 체온을 유지했다. 특히 중증환자의 52%도 정상 체온을 유지했다. 체온만을 기준으로 경증환자를 구분할 경우 중증환자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를 통한 이상 소견 역시 자칫 중증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중앙임상위의 판단이다.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중증환자는 60명 중에 46명이었다. 달리 말해 중증환자 4명 중 1명(14명ㆍ23.3%)은 중증이어도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신 컴퓨터단층(CT)촬영에서는 중증환자 167명 중 158명(94.6%)이 이상 소견이 나왔다.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은 “환자 분류 과정에서 반드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앙임상위는 중증환자가 사망하지 않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경증환자는 전용 격리병동에 입원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정 원장은 “일반적인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는 경증환자가 8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먼저 이들은 위한 시설 격리나 경증환자 병동 등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시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자가격리 중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재택치료 기준의 만족 여부를 확인해 자택에서 격리 치료하되,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하면 한 중앙에서도 중증이 나타났을 때 연계 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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