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남ㆍ강원에 의심환자 4000명… 자력갱생 어려운 상황
조직지도부장 등 공개 해임… 3년 만에 3군 합동타격훈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심부서 수장을 이례적으로 공개 해임하고 3군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 상황을 다잡고 연말에 김 위원장이 천명한 ‘정면돌파’ 기조를 강조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당 조직지도부장 리만건과 농업 담당 박태덕 부위원장이 해임됐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극도로 관료화된 현상과 행세식 행동들이 발로되고 우리 당 골간 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간부양성기지에서 엄중한 부정부패현상이 발생했다”며 “비(非)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들이 집중 비판됐다”고 했다.
핵ㆍ미사일 등 전략무기 생산을 주도하는 군수공업부 출신으로 조직지도부장에 파격적으로 임명된 리만건은 초급 간부 및 중견 간부 재교육 등을 담당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 비위 때문에 문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지도부는 북한에서 노동당 및 정부 인사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권력기관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부장 자리를 비워두고 사실상 겸임을 했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조직지도부장 문책에 따라 당ㆍ정 엘리트 간부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며 내부 긴장도 고조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핵심부서 수장의 죄목을 밝히며 공개 해임한 형식 자체도 이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일 “이례적으로 리만건 등의 죄목과 해임을 공개한 건 파격적”이라며 “신종 코로나 국면을 맞아 김 위원장이 연말에 천명한 정면돌파 기조가 맥이 빠지는 상황에서 민심이 나빠지고 당이나 군부 등에서 사기가 저하되자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3년 만에 3군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한 것도 내부 단속 및 외부 과시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극도로 경계하는 3월 초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사실상 취소된 상황에서 군이나 당 내부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실시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2012년 3월 처음으로 3군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했고,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4월 공개한 것이 마지막이다.
김 위원장이 잇달아 북한 사회 내부를 향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날리는 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1월 31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연일 코로나 대응 방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평안남도에 2,420여명, 강원도에 1,5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 북한은 줄곧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의심 환자가 2개 도에만 약 4,000명인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김 위원장이 공들인 마식령스키장과 양덕온천 등도 운영이 잠정적으로 중지된 상태다. 자력갱생을 통해 체제 어려움을 정면돌파하겠다던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 여파로 당분간 상황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