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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 코로나 사태에도 클럽은 매진 “2시간씩 대기해야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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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 코로나 사태에도 클럽은 매진 “2시간씩 대기해야 입장”

입력
2020.03.02 07:00
수정
2020.03.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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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금’ 저녁 홍대 클럽 앞 긴 대기 줄은 마스크 구입 행렬 아닌 입장 대기 

 클럽 이용객들 “젊으면 감염 잘 안되고 금방 낫는다 던데요” 

29일 새벽 서울 홍대 한 유명 클럽 앞에 청년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태웅 인턴기자
29일 새벽 서울 홍대 한 유명 클럽 앞에 청년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태웅 인턴기자


금요일 자정을 막 넘긴 29일 토요일 새벽 0시 30분, 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클럽 거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자 수 2,000명을 넘어 선 이날도 홍대는 한껏 들떠 있었다. ‘불금’인데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의 ‘클럽데이’를 맞아 유명 클럽들 입구는 줄을 선 청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요즘 같은 때 이처럼 긴 줄서기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 말고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클럽에서 자신의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수 십명 중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이들도 지루한 대기 시간을 대화로 때우느라 마스크를 턱밑까지 내려 놓았다. 길거리에 나와 있는 청년들 대부분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친구와 클럽을 찾은 대학생 정모(22)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며 “클럽에는 (건강한) 젊은 사람들만 있으니 진짜 감염이 될까 싶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의 강남 이태원 홍대 등 클럽 주변에는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밀폐된 공간에서 단체 예배를 하다 지역 감염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져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이곳은 흡사 ‘딴세상’이다.

 감염 걱정 안되나… “코로나19라도 스트레스는 풀어야죠” 

29일 새벽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서 청년들이 한 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마스크를 챙겨온 청년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혜인 인턴기자
29일 새벽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서 청년들이 한 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마스크를 챙겨온 청년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혜인 인턴기자


같은 시각 홍대의 또 다른 클럽. 외국인 10여 명이 어깨동무를 한 채 원을 만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70여 명의 입장객 사이에선 포옹이나 손을 잡는 등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대부분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딱 3명뿐이었다. 이 공간에선 코로나19 전파의 주 원인인 비말(침)이 마구 흩뿌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주변에 마스크를 쓴 사람을 향해 ‘굳이 왜 여기서 마스크를…’이라는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가 머문 단 몇 분 동안에도 밀폐된 지하 공간에 빽빽하게 모여 춤추고 대화 하고 스킨십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코로나19 청정 지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클럽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난 주말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졌기 때문에 손님이 끊길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클럽 안에 사람이 꽉 차 있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클럽을 찾을까. 클럽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대학생 최모(22)씨는 “20대들도 감염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그런데 내가 병에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대학생 정씨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걸려도 (치사율이 낮아) 안전하지 않나. 금방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적어도 클럽을 찾는 이들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설사 들어 봤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에 왔다는 이탈리아인 A(25)씨는 “코로나19는 나이 든 사람이 걸리는 병일 뿐, 젊은이들은 (면역이 강해) 안 걸릴 것”이라며 “사망자들도 이미 다른 병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건강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다 해도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 있느냐며 억울해 하는 이들도 있었다. 평소 취업 등 개인적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클럽이나 헌팅 술집밖에 없다는 것. 대학생 백모(26)씨는 “우리가 놀 곳이 딱히 여기(클럽) 밖에 없다”며 “놀 곳이 없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긴 한다”고 했다. 김모(25)씨는 “술 마시다 일행들과 한 번 놀러 가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충동적으로) 오게 됐다”며 “(확진자가 늘어 나니) 지금이 아니면 더 심해져서 못 올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클럽 밖 체온계·손세정제도 실내에서는 속수무책 

홍대 앞 클럽들은 입구에 손 세정제를 두고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는 등 코로나19에 나름 대응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밀집한 클럽 내부에 들어가면 이 같은 대응책도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이태웅 인턴기자·이혜인 인턴기자
홍대 앞 클럽들은 입구에 손 세정제를 두고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는 등 코로나19에 나름 대응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밀집한 클럽 내부에 들어가면 이 같은 대응책도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이태웅 인턴기자·이혜인 인턴기자


클럽들은 코로나19에 나름대로 대비를 한다고는 한다. 입구에서 체온을 일일이 재보거나 손 세정제를 뿌려준다. 하지만 신체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클럽 내부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게 된다. 한 클럽의 관계자도 “매일 클럽 문을 열기 전 내부 방역 작업을 한다”면서도 “늘 사람이 밀집돼 있는 공간이라 일하는 나조차 코로나19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클럽을 찾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았을까. 몇몇 클럽은 입구를 지키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벗어버린 직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빠른 입장을 도와준다며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권유하거나, 마스크를 써야 하냐는 질문에 “안 써도 된다”고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셈인데,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클럽 문화를 즐기면서 무방비하게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건강한 20대는 괜찮다? 감염자 10명 중 3명이 20대로 최다 

29일 새벽 서울 홍대의 한 클럽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태웅 인턴기자
29일 새벽 서울 홍대의 한 클럽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태웅 인턴기자


건강한 20대는 괜찮을 것이라는 청년들의 생각과 달리, 코로나19 20대 확진자는 날로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활발해 지면서 외부 활동이 많은 20대 확진자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월 1일 오전 9시 기준 3,526명의 확진자 중 20대 비율이 1,054명(30%)으로 제일 높았다. 다음으로 50대 687명(19%), 40대 521명(15%), 60대 453명(13%), 30대 426명(12%) 순이었다.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대 확진자는 20%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천지 신도들이 집단 감염이 사실로 확인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자 20대 감염자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이날 30% 대를 돌파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3월 초까지가 이번 유행에 있어 중요한 시점인 만큼 개인 위생 수칙 준수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며 “닫힌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종교행사 등에 대한 방문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또 한번 당부했다.

이태웅 인턴기자

이혜인 인턴기자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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